4년 만에 막 내린 박근혜 정권. 4년간의 실정이 휩쓸고 간 상처가 사회 곳곳에 남아 있지만 노동정책만큼 두드러지는 분야가 있을까. 노사관계부터 노동시장까지 거꾸로 돌아간 '노동 시계'를 되돌려 놓는 것은 차기 정권의 과제가 됐다.

성과연봉제·2대 지침에 부작용 속출

12일 노동계와 전문가들은 이른바 ‘노동시장 개혁’을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최악의 노동정책으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한국노총이 지난해 1월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9·15 노사정 합의 파기를 선언했는데도 정부는 파탄의 빌미가 된 '킬러 이슈'를 밀어붙였다. 수술대에 오른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부작용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공공기관들은 2015년을 전후로 임금피크제를 강제로 시행했다. 지난해에는 대부분 성과연봉제를 확대 도입했다. 성과연봉제의 경우 노사합의나 노동자 과반 동의 없이 이사회에서 강제로 도입한 공공기관이 속출했다. 기획재정부를 필두로 정부부처는 산하 공공기관을 페널티나 인센티브로 쥐락펴락했다.

법원이 올해 1월 말 철도공사와 한국수자원공사를 포함한 5개 공공기관 노조가 제기한 성과연봉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정부 일방통행에 제동이 걸렸다. 그러나 철도노조의 최장기 파업을 비롯한 노사갈등과 대규모 소송전 등 막대한 사회적 비용은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

위법 논란을 무릅쓴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확대는 지난해 1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지침의 영향이 컸다. 함께 발표된 공정인사(일반해고) 지침 역시 노동자들을 쉽게 자르는 방법으로 악용되기 시작했다.

강훈중 한국노총 교육선전본부장은 “비정규직 확대정책과 2대 지침, 단체협약 시정명령, 성과연봉제처럼 노동자를 벼랑 끝으로 내몬 노동정책을 폐기해야 진짜 탄핵”이라고 강조했다.

고용률 70% 실패, 질 나쁜 일자리만 증가

노동시장 개혁과 함께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노동정책 중 대표적인 것이 '고용률 70% 로드맵'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내건 공약인데, 정권이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2013년 발표했다. 핵심은 시간제 근로 확산이다. 자연스럽게 “질 나쁜 일자리를 양산할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1년차인 2013년 32.6%였던 비정규직 비중은 지난해 32.8%로 소폭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시간제 노동자가 188만3천명에서 248만3천명으로 32% 급증한 영향이 컸다.

지난해 한국노동연구원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시간제 취업 비율이 1%포인트 증가할 경우 이들 시간제 취업자가 있는 가구가 빈곤해질 확률은 0.08%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고용률 70% 달성은 가능한 목표였을까. 박근혜 정부는 2012년 64.2%였던 고용률(만 15~64세)을 2018년 말까지 70%로 올리겠다고 공언했다. 지난해 고용률은 66.3%로 4년 전보다 2.1%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다. 목표 달성에 실패한 것이다.

집권 4년을 관통한 ‘노동배제’

전문가들은 박근혜 정부의 노동정책을 ‘노동배제’와 ‘노조탄압’으로 요약한다. 2013년 10월 노동부가 전교조를 법외노조 처분한 것이 신호탄이었다. 파업 중인 철도노조 지도부를 체포하기 위해 2013년 12월 경찰력이 민주노총 건물에 난입한 것은 초유의 일이었다.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2015년 12월 구속돼 1년3개월째 감옥에 갇혀 있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4년간 소속 노조 활동과 관련해 정부가 청구한 손해배상 규모는 무려 5억2천만원이다. 남정수 대변인은 “노동 3권은 유명무실하고 재벌만 독식하는 헬조선을 탄핵하지 못한다면 박근혜 정권은 온전히 탄핵된 게 아니다”고 주장했다.

정부와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은 2015년 9·15 노사정 합의 직후 합의안에도 없는 법안을 발의했다. 정부는 이듬해 1월 2대 지침 발표를 강행했다. 박근혜 정부가 처음 노사정 대화를 시작할 때부터 노동을 들러리 정도로 여겼다는 방증이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지난 4년은 노동배제와 노조탄압의 연속이었다”며 “차기 정부는 노사대등주의, 노동 참여와 존중의 파트너십을 실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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