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링스코리아 홈페이지

현금수송 업체 브링스코리아에서 10년 넘게 현금수송 업무를 한 김형국(가명)씨가 받는 통상시급은 6천469원이다. 가장인 그가 저임금을 감내하며 오랫동안 회사를 다닐 수 있게 역할을 한 것은 연장근로수당이다. 지난달 그는 81만7천320원을 특근수당으로 받았다. 90시간 넘게 특근을 하면 300여만원의 임금을 받는다.

김씨는 "밤낮 없이 주말 가리지 않고 일을 한다"며 "가족들에게 항상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는 “평일에 연차를 쓸 수 없어서 집안 대소사는커녕 가족들이 아파도 쉰 적이 없다”며 “아이들과 저녁도 같이 못 먹으니 대화할 시간이 없다”고 한숨 지었다.

브링스코리아 직원들은 금융권과 대기업의 용역을 받아 현금과 유가증권을 운송하거나 직접 찾아가 수납하는 업무를 한다. 고객사 요청이 있거나 상황이 발생할 경우 특근을 한다. 3명이 한 조로 움직이는데, 지점마다 인력이 부족해 하루 평균 11시간가량을 일한다.

7일 브링스코리아노조(위원장 조승원)에 따르면 최근 노사관계가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회사는 경영악화를 이유로 지난해 말 체결한 임금협약 잠정합의안을 파기했다. 직급수당을 높이고 비정상적인 임금체계를 개편하는 데 노사가 머리를 맞대자는 내용이었다. 회사는 한발 더 나아갔다. 갑자기 노사협의회를 구성하자며 노조를 무시하고 근로자위원을 선출하는 투표를 시작했다. 대체 브링스코리아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경영악화 책임 직원에게 떠넘겨”

브링스코리아는 1987년 현금수송 업계 최초로 설립된 뒤 성장세를 이어 갔다. 2015년 46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직원은 969명이 됐다. 현금수송 업계는 진입장벽이 높아 브링스코리아·한국금융안전·발렉스코리아 같은 소수업체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노사관계도 2013년까지 순탄했다. 2013년 통상임금과 관련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난 뒤 노사가 대립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노조는 직근수당과 중식보조비를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고 요구했고 회사는 반대했다. 소송전으로 치달았다. 지난해 10월 서울동부지법이 “직근수당(직급별 근속수당)과 중식보조비를 통상임금에 포함해 산정한 미지급 연장근로·휴일근로수당을 지급하라”고 판결하면서 1라운드는 노조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회사 경영은 석연치 않은 이유로 악화됐다. 2015년 매출액은 467억2천만원으로 2014년 454억6천만원과 비교해 소폭 늘었는데 영업이익은 반대로 2014년 8억3천만원에서 2015년 1억원 수준으로 줄었다. 2013년의 영업이익은 9억3천만원이었다. 노조는 회사 경영상황을 고려해 3년 동안 임금을 동결했다.

회사는 임금협약을 파기하면서 대신 노조에 제안할 새로운 안을 만들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회사는 노조와 협의하지 않고 현행 하루 9.5시간의 근무시간을 8시간으로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회사안이 시행되면 직원들은 수당이 30만원 감소한다.

노조 뭉개고 노사협의회 구성하자는 회사

일방적인 협약 파기와 갑작스런 제안에 노조가 반발하자 갑자기 회사는 노사협의회 구성에 나섰다.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근로자참여법)에 따라 30인 이상 기업은 노사협의회를 구성해야 한다. 회사는 근로자대표를 주도적으로 선출하는 작업까지 벌이고 있다. 회사는 최근 “경영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근로자 대표를 선출한다”는 공고를 낸 뒤 지난 3일까지 후보 접수를 받았다. 김아무개 대리와 최아무개 대리가 후보로 등록했다.

9일 온라인 설문조사 방식으로 투표를 진행한다. 노조는 회사가 노조를 탄압하기 위해 부당노동행위를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회사가 주도해 근로자대표를 온라인으로 뽑는 과정 자체가 근로자참여법 위반 소지가 있는 데다 근저에 노조를 제쳐 두고 노사협의회로 주요 결정을 밀어붙이려 한다는 인식이다.

노조는 2007년 설립돼 2013년 통상임금으로 회사와 대립하기 전까지 과반수노조였다. 500여명이던 조합원은 지난 4년 동안 줄어 200여명이 됐다.

노조는 이날 근로자참여법과 근로기준법 위반 여부를 고용노동부에 물었다. 조승원 위원장은 “10년 동안 회사의 어려움을 같이 나눴는데 노조가 회사 경영에 바른말을 하니 노조를 무시하고 근로자대표를 뽑으려 한다”며 “노조가 회사를 말아먹은 것처럼 악의적인 비방을 하는 것도 모자라 권한이 없는 근로자대표를 뽑아 직원들의 처우를 악화시키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조 위원장은 “무능한 경영진이 경영 일선에서 후퇴하고 지금이라도 회사를 정상화시키기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