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양승태 대법원장과 법원장급 인사를 사찰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헌법에 보장된 삼권분립의 근간을 뒤흔드는 주장이라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정농단 주범인 최순실씨가 기금 강제모금 같은 비위사실을 은폐하고자 관계자들과 입을 맞추려던 녹취록도 추가로 공개됐다.

"법관·민간인 사찰 특검이 조사해야"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위원장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 4차 청문회에 출석해 “(세계일보가 보도하지 않은 문건 중) 양승태 대법원장의 일상생활을 사찰한 내용이 있다”고 폭로했다.

조 전 사장은 “대단한 비위사실은 아니지만 등산 등 일과 생활을 낱낱이 사찰해서 청와대에 보고한 내용”이라며 “삼권분립 붕괴이자 명백한 국기문란”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014년 춘천지방법원장으로 재직하던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의 관용차 사적 사용이라든가 대법관 진출을 위한 운동이라든지 하는 내용을 포함한 두 건의 사찰문건은 보도가 안 된 것”이라고 설명한 뒤 “부장판사 이상 사법부 모든 간부들을 사찰한 명백한 증거로, 헌정질서를 문란한 중대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조 전 사장은 2014년 11월 세계일보가 정윤회 비선실세 문건을 특종보도한 후 청와대 압력을 받아 물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사장은 이날 청문회에서 “2015년 1월31일 한학자 통일교 총재의 비서실장에게 ‘청와대에서 전화가 와서 불가피하게 해임하게 됐다’는 사실을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관련 질의를 했던 이혜훈 새누리당 의원은 “증거자료를 특위에 제출하고 특검에 넘겨 명백하고 엄정한 수사가 이뤄지게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성태 특위 위원장도 “정당한 요청이고 합당해 보인다”며 “자료를 제출하면 특검 등 여러 조치를 통해 반드시 문제 삼겠다”고 약속했다. 조 전 사장은 이날 오후 문건을 제출했다. 그는 이와 함께 “(사찰 대상에 소설가인) 이외수씨도 있는가”라는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그렇다”고 인정했다. 아울러 최순실씨의 전 남편이자 또 다른 비선실세로 꼽히는 정윤회씨가 수억원(7억원)의 뇌물을 받고 현직 부총리급 공직자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세계일보에서) 보고받은 적 있다고 말했다.

최순실 “이야기를 좀 짜 봐라” 은폐 정황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4일 3차 청문회에 이어 이날 최순실씨 육성 녹음파일을 추가로 공개했다. 최씨가 독일에서 귀국하기 전 지인과 통화한 내용을 담은 녹음파일에는 SK그룹에 K스포츠재단 기금 출연을 강요했던 사실을 은폐하려던 정황이 담겨 있다.

통화에서 최씨가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이 뭐라고 얘기했다는 거야. 내가 SK에 들어가라고 그랬다고?”라고 묻자 통화하던 남성은 “네 회장님(최순실)이 지시를 했고, 박헌영 과장이 기획서를 만들어 본인하고 함께 그 기업을 방문했고, 안종범 수석이 또 확인전화가 왔다. 잘됐냐고. 이거를 다 얘기한 겁니다, 벌써. 가장 중요한 부분들을”이라고 답했다.

이에 최씨는 “그럼 어떻게 해요. 국감이 그걸로 가겠네”라고 말했다. 최씨는 “왜 정 사무총장이 이야기하는 것을 못 막았느냐”고 다그친 후 “우리는 뭐 SK에서 지시받고 그런 적이 없고 한번 부탁을 해 보라고 그래서. SK한테…”라며 “그거는 이야기를 좀 짜 보고, 그쪽(정 전 사무총장)에서 안종범 수석하고 얘기를 했다는데 그게 뭐 말이 되느냐”고 밝혔다.

박 의원은 3차 청문회에서도 최씨가 지인과의 통화에서 고영태씨 등 관계자들에게 진술할 내용을 지시하고 위증하도록 종용한 정황이 담긴 육성파일을 공개했다. 박 의원은 이날 “최씨와 통화한 남성은 노승일 K스포츠재단 부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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