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현희 공인노무사(금속노조 법률원)

2016년 12월 광장은 박근혜 정권을 끌어내리기 위한 촛불의 열기로 매주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제 촛불이 횃불이 되고, 또 들불이 돼 더 강하게 더 넓게 대한민국 온 산과 들로 번져나 가려고 한다. 학생이, 상인이, 농민이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시민불복종을 전개하고 있다. 민주노총도 총파업을 선언하고 광장으로 달려 나온다. 대통령에게는 운명의 한 주가 시작됐다. 우리는, 노동자는 왜 분노하는가. 그리고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11월20일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수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과 단독 면담한 삼성그룹·현대차그룹 등 대기업 회장들은 ‘미르·케이스포츠재단 출연금’ 요구에 불응할 경우 인·허가상의 어려움과 세무조사 위험 등 불이익을 받을 것이 두려워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재벌들은 정말 피해자에 불과한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 모금이 이뤄진 2015년 하반기는 전경련이 원활한 투자를 이유로 규제개혁을 강하게 요구하고 특히 노동개악 5법과 원샷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 국회 통과를 촉구하던 시기다. 재벌들의 이 소원은 재단에 774억원 출연을 마치면서 정부 정책이 됐고, 새누리당 등 수많은 부역자가 이에 가담했다는 사실이 경과 일지를 살펴보면 명확해진다.

지난해 7월24일 박근혜 대통령은 대기업 총수 17명과 오찬(재단 설립취지 설명)을 하고, 이후 25일까지 삼성 이재용, 현대 정몽구 등 재벌 총수 8명과 독대하고 기금출연을 촉구했다. 노사정 합의 다음날인 그해 9월16일 정부와 새누리당은 이른바 노동개혁 5법을 전격 발의했다(전날 조인한 합의와 달리 추가 논의과제였던 기간제 근로자 기간연장, 고령자·고소득 전문직·뿌리산업 파견 허용, 파견도급 구분기준 조항 등 기간제법과 파견법이 전격 포함됐다).

미르재단에 재벌이 입금을 완료한 다음날인 10월27일 박 대통령은 국회에서 5대 노동개혁법 처리를 촉구하는 시정연설을 했다. 그리고 당일 재단법인 미르 현판제막식이 열렸다. 지난해 11월10일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재차 노동개혁법안 처리를 촉구했고, 9일 뒤 황교안 국무총리와의 만찬에서 전경련 회장단은 “이번 국회 회기 내에 노동개혁 5개 법안이 처리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 달라”고 주문했다.

올해 1월12일까지 K스포츠재단 입금이 완료하자 다음날인 13일 박근혜 대통령은 노동개혁법 처리를 주문하는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같은날 전경련과 대한상의 등 38개 경제단체가 노동개악법 처리 서명운동을 전개했다. 며칠 뒤인 18일 박 대통령은 예정에 없던 판교역 행사장에 도착해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의 영접을 받으며 서명했고 22일 이기권 노동부 장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쉬운 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완화를 담은 2대 지침을 전격 발표했다.

일주일 만에 출연기업과 기업별 분담금이 결정되고 774억원 출연과 함께 미르·K스포츠재단이 출범했다. 그리고는 곧 노동악법 광풍이 몰아쳤고, 이에 맞서 싸우던 수많은 노동자가 구속되고 재판을 받았다. 노동자의 대표는 차가운 감옥에 수감됐다.

누가 보더라도 774억원의 재벌 출연금과 노동 관련 정부정책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이미 국정감사에서 노사관계 등에 대한 고충을 제기했다는 현대차의 진술도 나오고 있어, 774억원은 뇌물이었음이 분명해져 가고 있다.

박근혜와 부역자들, 그리고 특별검사와 국회는 들으라. 국민 대다수인 노동자와 그 가족들의 삶을 774억원 뇌물에 거래해 오로지 사용자 이익만을 위해 국가와 국회가 움직였던 최순실-박근혜-재벌게이트, 이것이 재벌이 공범인 이유이며, 노동자가 분노하는 이유다.

그리고 촛불이 전국을 밝히는 이 시각에도, 이기권 노동부 장관은 전국의 행정관청을 동원해 수백여 노조 단협의 유명무실한 채용조항과 몇 십만원 자립기금이 불법이라며 시정명령을 내리려고 노동위원회에 의결을 요청하고, 형사처벌을 준비하고 있다. 재벌의 소원수리에서 출발한 정권과 자본의 공모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인 것이다.

이제 우리의 요구와 행동은 단호하고 분명해져야 한다. 박근혜 퇴진을 넘어, 공범자 재벌 총수 구속과 함께 모든 노동정책을 꼼꼼히 검증하고, 774억원에 팔아넘긴 노동권을 천만 노동자들을 위한 노동법 개정으로 다시 찾아와야 한다. 검찰과 특검과 정치인이 아닌 우리 노동자가 주권자가 돼 촛불이 밝히려는 진실을 찾아내고 촛불 너머에 있을 우리 삶이 펼쳐질 새 세상을 직접 설계할 때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