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혜정 기자

교대제 근무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수면장애를 쪼개자기 등 예방적 수면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교대제 근무 사업장에서 근무 중 20분 가량의 가면(수면) 시간을 주는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총 주최로 28일 오후 서울 용산역 ITX5 회의실에서 개최된 '교대제 사업장의 수면장애 실태조사 및 수면장애 개선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에서 김형렬 가톨릭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교대제 근무 노동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며 "교대근무자들이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고, 사업장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수면위생 가이드라인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교대제 근무 노동자 10명 중 6명 불면증=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본부와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센터는 올해 6월부터 교대제 사업장 노동자들의 수면장애를 개선하기 위해 공동연구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는 중간연구 과정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김 교수가 4조3교대 사업장인 전북 소재 S철강회사 조합원 6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조합원 10명 중 6명은 불면증을 겪고 있었다. 경미한 불면증(40.2%), 중증도 불면증(15.3%)뿐만 아니라 심각한 불면증을 앓고 있는 조합원도 2.3%나 됐다. 낮시간 동안 심각하게 졸린 상태에서 일하는 조합원(12.9%·67명)도 적지 않았다.

조합원 33.8%(172명)는 우울증을 호소했다. 하지만 불면증을 겪으면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조합원은 4%(26명)에 그쳤다.

국제기구나 학술단체에서 제시하고 있는 교대근무자 수면 관련 지침에 따르면 수면위생(소음·빛·온도·동거인 배려)을 개선하는 게 필수적이다. 하지만 S사업장 조합원들의 경우 자기 전 침실의 조명을 어둡게 유지하지 않았고(27.9%), 침실 주변 소음을 차단하거나(19.8%) 침실 실내 온도를 낮게 유지(18.3%)하는 등 필수적인 수면위생을 지키지 않고 있었다.

김 교수는 조만간 S조합원들에게 쪼개자기 같은 예방적 수면방법을 적용해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 야간작업이 끝난 뒤 오전에 4~5시간 잠을 자고 일어나 평소대로 생활하다가 다시 야간작업 출근 전에 2시간 정도 자고 나오는 식이다. 이렇게 하면 체내에서 수면에 영향을 주는 멜라토닌 생성을 늦춰 밤 근무시 각성 유지 효과가 있고, 퇴근 후 숙면을 유도할 수 있다.

반도체 제조업 회사인 또 다른 S사업장 조합원 10명을 대상으로는 빛 노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야간 근무 시작 전 빛이 나오는 고글을 30분간 쓰게 해 멜라토닌 분비를 늦추는 효과를 주는 것이다.

◇"근무 중 가면시간 줘야"=김 교수는 "연구결과 빛 노출이나 쪼개자기의 효과가 입증되면 사업장에서 빛 노출 고글을 노동자들에게 지급하거나 근무 중 15~20분 정도의 가면 시간을 주는 것을 적극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4조3교대 사업장인 SK하이닉스도 최근 수면 관련 실태조사와 개선방안에 대한 연구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달 나오는 연구보고서에 근무 중 가면시간 확보를 주문하는 내용이 담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김영삼 SK하이닉스노조 홍보실장은 "이런 연구결과들을 바탕으로 한국노총이 사업장에서 휴식시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구체화된 교대제 사업장 수면 관련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기홍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본부 실장은 "그동안 교대제 근무자들의 수면 관련 실태조사가 많았는데 노조나 노동자들이 원하는 건 실태가 아니라 개선방안"이라며 "정부나 안전보건공단에서도 개선방안에 대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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