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공동취재단
누구 말처럼 바람만이 아니었다. 눈발이 흩날리고, 빗줄기가 광장을 적셔도 촛불은 꺼지지 않았다. 눈비가 오락가락한 궂은 날씨에도 '피의자 박근혜'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 190만개가 전국에서 타올랐다. 헌정 사상 최대 규모 집회 인파였다.

지난 26일 저녁부터 전국 곳곳에서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 주최로 열린 5차 범국민행동에는 주최측 추산 190만명(서울 150만명·지역 40만명)이 모여 "박근혜 퇴진"과 "범죄자 구속"을 외쳤다. "모든 주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2항을 실감한 주말이었다.

주최측에 따르면 이날 집회는 서울을 비롯한 전국 주요 도시에서 진행됐다. 전 세계 20개국 50여곳에서도 박근혜 퇴진과 구속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법원은 이날 오후 1시부터 5시30분까지 청와대 앞 200미터 거리인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까지 행진을 허가했다. 시민들은 이날 오후 내내 청운효자동주민센터와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 경복궁 동십자각을 지나 세움아트스페이스 앞까지 행진했다.

주최측 추산 35만명은 오후 4시 청와대 인간띠 잇기 행진에 참여했다. 청와대 동쪽과 서쪽, 남쪽을 포위하듯 행진한 이들은 연신 청와대를 향해 "박근혜를 구속하라"고 외쳤다. 차벽과 폴리스라인을 설치한 경찰은 법원이 허용한 제한시간이 끝나자 해산을 종용하기도 했다.

오후 6시부터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본행사에서는 130만명의 시민들이 '촛불파도'와 1분간 일제히 촛불·휴대전화·전광판의 불빛을 끄는 '저항의 1분' 행사로 빛과 암흑을 만들어 내는 장관을 연출했다.

주최측은 "집회 현장에 참석하지 못한 시민들도 각자 집과 상점, 사무실에서 박근혜 정권 생명연장의 꿈이 꺼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1분간 소등해 달라"고 당부했다. 실제 '저항의 1분'이 진행된 오후 8시 정각, 서울 도심 곳곳에 있는 상점과 사무실 전등이 꺼졌다. 도로에서 경적을 울린 차량도 적지 않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소등행사에 참여했다"는 인증글이 실시간으로 올라왔다.

집회 참가자들은 민주노총이 "박근혜 즉각 퇴진·박근혜 정책 폐기"를 요구하며 30일 벌이는 정치파업에 적극 호응했다.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본행사 무대에 올라 "민주노총은 30일 박근혜 퇴진을 위한 총파업에 돌입한다"며 "농민은 일손을 놓고, 소상공인은 가게 문을 닫고, 학생은 동맹휴업을 통해 국민 저항의 힘을 보여 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본행사가 끝나고 오후 8시20분께부터 시민들은 8개 행진코스로 나눠 청와대로 향했다. 촛불이 아닌 횃불을 들고 행진하는 시민들도 눈에 띄였다. 북악산을 넘어 청와대로 가려다 경찰과 군인에 연행된 시민들도 있었다. 시민들은 밤늦도록 내자동 로터리·광화문광장·청계광장·서울광장 등 곳곳에서 자유발언을 이어 갔다. 밤 10시부터 광화문광장 캠핑촌 앞에서는 문화예술인들이 꾸미는 '11·26 하야가 빛나는 밤에' 1박2일 프로그램이 펼쳐졌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