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태우기자>

청주지역 국립초등학교에서 조리원으로 일하는 구희정(41·가명)씨는 박근혜 게이트 뉴스만 보면 울화통이 터진다. 최순실씨와 관련한 내년 예산이 1천700억원 책정됐다가 전액 삭감됐다는 보도를 접한 뒤 참담함을 느꼈다.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가 국립학교 비정규 노동자들의 차별개선을 요구할 때마다 “예산이 부족하다”는 말만 반복했던 교육부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구씨는 “한국은 잘나가는 사람한테 손바닥·발바닥을 비비면 성공하는 나라 같아서 열불이 난다”고 토로했다. 그는 공립학교에서 일하다 2012년 국립초등학교로 이직했다. 국립학교는 근무환경과 처우가 좋을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구씨의 예상은 빗나갔다. 급여는 줄었고 근무시간은 1시간 길었다.

구씨와 같은 처지의 국립학교 비정규 노동자 100여명이 23일 하루 시한부파업을 했다.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소속인 이들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앞에서 '파업투쟁 대회'를 열었다. 41개 국립대 부설 초·중·고에 539명의 비정규 노동자가 일하고 있다.

임금과 근무시간만 다른 게 아니다. 국립학교 비정규직은 정기상여금을 받지 못한다. 명절상여금은 40만원이다. 전국 공립·사립학교 비정규 노동자들이 매년 50만원 이상의 정기상여금과 70만원의 명절상여금을 받는 것과 차이가 있다. 임금은 170만원 수준이다. 방학인 1월에는 급여가 없고 2월·8월·12월에는 일급을 받는다.

이날 대회에 참석한 충북지역 학교 조리원 양영주(46·가명)씨는 “학교비정규 노동자가 받아야 할 수당을 최순실이 빼앗아 가서 예산이 없는 거 아니냐”고 비판했다. 안명자 교육공무직본부장은 “국립학교 비정규직 차별을 해소하는 예산은 8억원이면 된다”며“비선실세를 위해 낭비된 수천억원 세금의 0.1%에 불과한 액수임에도 예산 핑계를 대는 교육부 장관은 당장 나와서 석고대죄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국립학교 차별해소를 위해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증액 의결한 예산을 심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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