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도노조

정비를 제대로 받지 못한 KTX가 철로를 달리고 있다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충격적인 내부 문건이 공개됐다. 수익성이 없어 업체가 수선을 회피한다는 이유로 중고부품을 돌려쓰거나 감사원 감사에서 지적된 미흡한 차륜 삭정 문제가 여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철도노조는 "코레일이 노조 파업에도 철도가 정상적으로 운행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려고 정비를 생략하고 있다"며 "정비를 받지 못한 KTX가 내달리고 있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9월27일 노조 파업 이후 현재까지 KTX는 운행률 100%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가 15일 발표한 담화를 무색하게 한다. 정부가 이날 “7천여명의 인력이 파업에 참여하고 있는데도 열차가 큰 차질(안전문제) 없이 운행되고 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고속차량 정비 거르고 운행

<매일노동뉴스>는 이날 두 건의 코레일 내부 문건을 입수했다. 이달 9일 열린 철도차량정비단의 '주간공정 회의' 자료와 지난달 13일 작성된 '산천-19호 보수품 전환사용 조치방안'이다. 경정비센터에서 열린 주간공정 회의 자료에는 "차륜 미삭정차량 조속한 시일 내에 차륜 삭정 협조"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차륜 삭정은 차량이 레일 위를 주행하면서 마모되거나 흠집이 생겨 이상이 발생했을 때 깎아서 본래대로 되돌리는 작업이다. 열차 바퀴에 결함이 생기면 자칫 탈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노조는 이를 두고 “차륜삭정 정비를 하지 않고 운행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코레일은 미삭정 차량에 대한 노조의 자료제출 요구를 묵살한 채 진실을 은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올해 4월 감사원 감사에서 주의통보를 받은 '삭정 불량'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봤다. 당시 감사원은 "2014년 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삭정 정비 대상 결함 3천27건 중 655건을 53일 동안 삭정하지 않은 상태로 운행했다"며 코레일 사장에게 '주의'를 줬다.

코레일 관계자는 “문서상 미삭정 차량은 기준치 이하의 미삭정 차량을 표현한 것이지 문제가 있는 차량이라는 의미가 아니다”며 “안전기준에 미달하는 차량은 운행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코레일이 부품을 돌려쓰는 사실도 드러났다. '산천-19호 보수품 전환사용 조치방안' 자료에 따르면 코레일 해당 부서는 "품절 보수품 산천 19(FGI 대기차량)호에서 일부 전환사용"이라고 언급했다. 물품 부족으로 외주수선이 지연되고 있으니 대기차량에서 물품을 빼내 수선하겠다는 얘기다. 외주수선이 지연되는 이유로는 "수리대상품 수량이 소량으로 수익성이 없어 업체(가) 수선(을) 회피" 또는 "외주수선 설명서 제정 및 수리유형별 단가상정 등 행정업무 과다 소요"를 꼽았다.

노조 관계자는 “형광등 같은 경우 다른 곳에서 빼서 쓴다고 해도 문제될 것이 없겠지만 열차 부품 유용은 안전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라며 “똑같은 차량이라도 부품 취급상태에 따라 다를 수 있는 만큼 부품 돌려쓰기는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말했다.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원 철도정책객원연구위원은 “기본적으로 열차든 항공기든 다른 차량이나 기체에 있는 부품을 적출해서 운용해서는 안 된다”며 “부품 유용이 일상화되면 사고까지 연결될 수 있어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KTX 운행률 낮추고 노조와 교섭해야”

노조는 “검수주기를 초과한 차량이 발견되기도 했다”며 “대체인력만으로 고속열차를 정비하기 어려운 상황에 다다랐다”고 지적했다. 파업에 참가한 코레일 고속차량전기부 소속 A씨는 "무궁화호나 새마을호는 노조 파업 이후 감축운행을 하는데 KTX만 운행률 100%를 고집하고 있어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며 "대체인력 투입으로 검수체계가 흐트러져 안전사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열차별 필수유지운행률은 KTX는 56.9%, 새마을호는 59.5%, 무궁화호는 63%다. 새마을호와 무궁화호는 필수유지운행률 수준을 유지한 반면 KTX는 평상시와 똑같이 100% 운행 중이다. 노조는 "열차 안전을 위해 KTX 운행률을 낮추고 파업 해결을 위해 코레일이 노조와의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코레일 관계자는 KTX 운행률과 관련해 “KTX 운행률을 낮추면 국민 불편과 혼란이 가중되기 때문에 낮추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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