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 정기훈 기자
▲ 정기훈 기자

비선실세 국정농단의 몸통으로 확인된 최순실씨가 30일 극비리에 입국한 가운데 검찰의 석연찮은 태도가 의혹을 키우고 있다. 검찰이 최씨의 입국 사실을 사전에 알았는데도 신병확보를 하지 않고, 소환 일정조차 통보하지 않는 등 최씨에게 시간을 벌어 주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청와대와 검찰, 최씨 간 사전조율 혹은 짜맞추기 수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돌연 입국한 최순실, 기약 없는 검찰 소환

최씨 변호를 맡고 있는 이경재 변호사(법무법인 동북아)에 따르면 최씨는 이날 오전 7시35분께 브리티시에어라인 항공편으로 런던에서 인천공항으로 도착했다. 이날 한 시민이 찍은 사진에 포착된 최씨는 남색 패딩 재킷에 검정색 선글란스를 끼고, 머플러를 하면서 신분노출을 꺼리는 모습이었다.

이 변호사는 "수사 담당자에게 최(순실) 원장의 건강이 좋지 않고 장시간 여행, 시차 등으로 매우 지쳐 있으므로 하루 정도 몸을 추스릴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달라고 요청했다"며 수사에 즉각적으로 응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검찰도 최씨에게 구체적인 소환일정을 통보하지 않았다.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변호인을 통해 최씨와 연락하고 있다"며 "수사 진행상황에 따라 필요한 시점에 소환통보를 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최씨가 비행기에 탑승한 후 국내 도착 전에 입국 사실을 알았지만,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이날 최씨가 입국할 때 검찰수사관이 동행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오보"라며 사실을 부인했다.

여야는 증거인멸이나 청와대와의 사전 입맞추기 같은 우려가 터져 나오는 상황에서도 봐주기 수사를 하는 듯한 검찰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2~3일 흐름을 보면 진상을 조직적으로 은폐하려는 시도가 노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관련 당사자들이 입도 맞추고 행동도 맞춰서 정해진 시나리오대로 움직여 가는 흐름이 포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입맞추기 시간을 주면 수사 결과는 뻔하다"며 구속수사를 촉구했다.

심상정 상임대표를 비롯한 정의당 지도부는 이날 오후 수사본부가 있는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을 항의방문해 "즉각 신병을 확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새누리당도 최씨에 대한 긴급체포를 주장했다. 김성원 대변인은 "검찰은 성역 없이 신속한 수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최씨를 긴급체포해 수사하고 엄벌에 처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이날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여야가 동의하고 국민이 신뢰하는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건의하기로 결정했다.

"박근혜 하야" 성난 민심 폭발

여야가 입을 모아 최씨에 대한 긴급체포를 주장하고, 새누리당이 애초 수습방안으로 검토하던 '책임총리제'에서 한발 더 나아간 '거국중립내각'으로 방향을 튼 데에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분노한 민심이 자리 잡고 있다.

실제 하루 전날인 29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과 진상규명 촛불집회에는 최소 3만명을 웃도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들었다. 이날 집회에는 최순실에 좌지우지되는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한 다양한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최순실 가면을 쓴 사람이 박 대통령의 가면을 쓴 사람의 팔을 실로 이어 움직이는 '꼭두각시 퍼포먼스'부터 "오늘은 빨간 옷 입힐까"라는 피켓을 든 '가짜 최순실'까지 나왔다. "당신의 무능과 기만에 경악을 금치 못해 뛰쳐나왔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든 고3 학생들도 거리로 나왔다.

시민들은 밤늦게까지 청와대로 향하는 길목 곳곳을 누비며 "박근혜 하야"를 외쳤다. 촛불집회는 매일 저녁 광화문에서 열린다. 다음달 12일에는 민중총궐기대회가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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