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와 갑을오토텍지회 등 민주노총 투쟁사업장 조합원들이 20일 오후 국회 인근에서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1. LED 조명을 생산하는 일본자본 투자회사 한국산연은 이달 30일자로 생산직 61명에 대한 정리해고를 통보한 상태다. 금속노조 한국산연지회는 7~8년 동안 회사 경영정상화 계획을 수용해 반복되는 휴업과 기본급 동결, 근무직 변경에 동참했다. 그럼에도 회사는 생산부문 폐지를 결정하면서 경영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지회와 맺은 단체협약에 적시된 최소한의 해고회피 노력조차 이행하지 않은 채 구조조정을 강행 중이다.

#2. 한국도로공사 외주용역회사에서 일하는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고용불안에 시달린다. 지난해 2월 용역업체를 변경한 서산톨게이트는 전원 고용을 승계하던 기존 관행을 깨고 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본부 활동가 3명을 해고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도로공사에 고용승계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는데도 복직이 요원한 상태다.

민주노총은 2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제7간담회실에서 '투쟁사업장 현장 증언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대회에는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노동기본권 쟁취, 위험업무의 외주화 반대, 정리해고·구조조정 반대, 노조파괴 부당노동행위 사례로 회사와 갈등을 겪고 있는 노동자들의 성토가 줄을 이었다.



민주노총 20여곳 사업장에서 노사 갈등



민주노총 집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산하 투쟁사업장은 이날 현재 20여곳에 이른다. 금속노조 시그네틱스분회와 한국산연지회는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싸우고 있다. 서비스연맹 세종호텔노조와 금속노조 갑을오토텍·유성기업지회는 사측의 노조파괴에 맞서는 중이다.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비정규직티브로드지부와 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본부는 원청을 상대로 노동기본권 쟁취를 요구하고 있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와 공공운수노조 서울지하철비정규지부는 에어컨 AS 기사 낙하 사망사고와 구의역 사건으로 확인된 위험의 외주화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부당해고 형사처벌 폐지 △비정규직 확대 정책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 △타임오프제 도입 등 정부 정책이 노사관계 분쟁을 일으키고 있다는 입장이다. 박은정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이날 대회에서 "고용노동부는 사업장 규모와 해고를 계획하는 인원규모에 따라 정리해고 절차 요건을 피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상시적 구조조정을 보장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며 "쉬운 해고 불법지침을 통해 비정규직 고용불안을 증대시키고, 시정지도를 악용해 노사가 자율적으로 맺은 단협을 무력화면서 노동 3권을 임의적으로 침해해 노사갈등을 양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증언 사례를 정리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야 의원들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국정감사에서 원인과 대책을 점검하도록 제안하고, 20대 국회에 관련한 법·제도 개선을 촉구할 방침이다.



"정부가 불법이라 해도 자본은 안 지켜"



같은날 오후 국회 앞에서 열린 '투쟁사업장 문제 해결을 위한 민주노총 결의대회'에서는 "승리할 때까지 싸움을 멈추지 않겠다"는 투쟁사업장 노조 간부들의 결의가 이어졌다. 김승호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비정규직티브로드지부 사무국장은 "티브로드의 원청 태광은 우리를 잠시도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았고, 이로 인해 노조가 만들어진 2013년 이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투쟁이 계속되고 있다"며 "올해 초 협력업체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조합원 수십명을 선별해 해고한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끈질기게 싸우겠다"고 말했다.

최창동 민주노총 강원본부 동양시멘트지부장은 "30여년간 하청 비정규직으로 살다가 노동부로부터 위장도급, 즉 입사 때부터 정규직이라는 판정을 받았는데도 동양시멘트를 비롯한 자본은 모르쇠로 일관했다"며 "노조를 결성하고 얻은 단 하나의 진실은 정부도 국회의원도 믿을 수 없고 오로지 노동자들의 단결과 연대투쟁만이 승리를 가져다준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대회에는 갑을오토텍·유성기업·하이디스 노동자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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