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과자 퇴출용”이란 의혹이 짙은 성과향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알리안츠생명이 단체협약 후퇴 요구가 수용되지 않자 정리해고를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비용절감을 위해 노동자들의 복지를 축소시키려다 벽에 부딪히자 해고라는 칼날을 꺼내든 것이다.

고용안정협약 요구에 돌아온 '정리해고 칼날'

18일 사무금융연맹 알리안츠생명노조(위원장 제종규)에 따르면 회사는 19일 오후 열리는 단체협약 개정 3차 교섭에서 노조에 정리해고 일시를 통보할 계획이다. 노사는 이달 9일 단협상 퇴직금·연차휴가·생리휴가 개정을 위해 교섭을 시작했다. 현행 알리안츠생명 단협은 퇴직금 누진제와 유급 생리휴가를 담고 있다. 노조는 올해 5월부터 있었던 사측의 교섭 요구를 거부하다가 회사 매각 및 합병 등을 우려해 응하기로 했다.

중국 안방보험은 지난해 9월 동양생명을 인수한 데 이어 올해 4월 알리안츠생명 인수자로 결정됐다. 하반기 인수가 완료되면 두 회사는 합병될 전망이다. 노조는 향후 있을 인력축소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고용안정협약을 요구하기로 했다. 알리안츠생명은 2014년 이후 두 차례 구조조정으로 1천650여명이던 직원이 920여명으로 급감한 상황이다.

회사가 단협 후퇴안을 들고나온 교섭에 노조가 참여하겠다고 응한 까닭이다. 1차 교섭에서 사측은 노조의 고용안정협약 요구에 수용불가 입장을 보였다. 노조는 사측의 단협 개정 요구를 거부했다.

문제는 1차 교섭이 벌어진 이후 발생했다. 사측은 교섭 직후 부서장과 지역단장 등 관리자들에게 교섭 결과를 개별 통지했다. 사측은 통지문에서 “1차 교섭을 실시했지만 상호 입장차가 커서 협상 진행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단체협약이 개정되지 않을 경우 인위적인 구조조정 절차를 진행할 수밖에 없으며, 일정상 8월16일주(이번주)에는 정리해고 시기를 조합에 통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16일 열린 2차 교섭에서도 노조는 회사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교섭 뒤 회사는 또 관리자들에게 이달 19일 3차 교섭에서 노조가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정리해고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통지했다.

노조 '투쟁 모드' … 회사 "단협 빨리 개정하자는 취지"

노조는 회사가 단협 후퇴를 요구하다 여의치 않자 정리해고로 노동자를 ‘겁박’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가 교섭에서 원하는 바를 달성하지 못하자 정리해고 카드를 꺼낸 것은 경영권을 남용하는 것”이라며 “고용안정협약이 직원들의 요구대로 수용될 경우 단협 개정도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인데 회사가 협약은 거부하고 정리해고만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회사가 90명에서 100명 가량 규모의 정리해고에 나설 것으로 내다보고 확대운영위원회의와 대의원대회, 조합원총회를 잇따라 열고 대응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회사의 계획대로 일이 진행된다면 법적인 논란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성규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참터)는 "사측이 교섭 도중 정리해고 얘기를 꺼냈다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이 금지하고 있는 권한남용에 해당하기 때문에 관리자들에게만 알린 것 같다"며 “다만 법적인 문제와는 별개로 교섭이 진행되고 있는 중요한 시기에 노조에 정리해고 얘기가 흘러 들어가도록 한 것은 노조에 양보를 강요한 행위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회사 관계자는 “인건비 구조가 업계에 비해 열악해 적자가 쌓이고 있고 이대로라면 흑자 전환이 어렵다”며 “정리해고를 거론한 것은 단협 개정을 조속히 마무리 짓자는 취지이고 정리해고가 진행될 경우 노조와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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