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를 와해할 목적으로 전직 경찰·특전사를 신규채용한 뒤 기업노조 설립을 주도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박효상 전 갑을오토텍 대표이사가 징역 10월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갑을오토텍처럼 노조파괴 시나리오가 가동된 유성기업·발레오전장시스템스코리아 같은 유사 사건에서 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릴지 주목된다.

악질적 노조탄압 공모자들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형사4단독(재판장 양석용 판사)은 지난 15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기소된 박 전 대표에게 징역 10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경찰·특전사 출신을 채용해 노조를 없애자고 박 전 대표에게 제안한 김아무개 블랙드래곤즈엔터프라이즈(여행사) 대표에게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20시간을 명했다. 노조파괴를 실행했던 권아무개 전 갑을오토텍 총무부장과 경찰 출신으로 노노 갈등을 부추겼던 김아무개씨는 각각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과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받았다. 특전사 출신 전아무개씨도 이들과 같이 적극적으로 사건을 공모했는데 지난해 10월 사망해 검찰 기소 대상에서 제외됐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들은 경찰·특전사 출신 신입사원을 중심으로 회사에 우호적인 제2 노조를 만든 후 금속노조 충남지부 갑을오토텍지회를 약화시킨 뒤 회사노조를 다수노조로 만들자고 모의했다. 이 과정에서 권 전 총무부장은 노무법인 예지로부터 이 같은 노조파괴 시나리오가 담긴 이른바 'Q-P 시나리오' 전달받았다.

이들은 2014년 12월 갑을오토텍 서울본사와 서울시내 커피숍에서 경찰·특전사 출신 20명과 모임을 갖고 "입사 후 제1 노조(금속노조)에 가입하지 않거나 탈퇴할 것"을 결의했다. 같은해 12월29일 갑을오토텍은 모의한 대로 경찰 출신 13명, 특전사 출신 19명이 포함된 신입사원 60명을 채용했다. 회사는 이후 이들에게 급여 외에도 제2 노조 가입 활동비를 추가로 지급했다.

"회사측 죄질 매우 나빠"

재판부는 갑을오토텍의 이 같은 행위가 노조활동을 지배하거나 개입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뤄졌다고 봤다. 판결문에서 "이런 범행은 노사 간 균형을 무너뜨리기 위해 헌법에 보장된 근로자의 단결권을 침해한 것으로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부당노동행위로) 제1·2 노조 간 다수의 인적피해를 낳은 폭력사태가 수차례 발생하는 등 혼란스러운 상황이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며 검찰이 구형한 8개월보다 형량을 높여 징역 10월을 선고했다. 부당노동행위 사건으로는 이례적으로 사용자가 법정구속된 사건으로 남게 됐다.

박종국 지회 부지회장은 "복수노조를 악용해 기존 노조를 파괴해 왔던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사법부가 철퇴를 가했다"며 "갑을오토텍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지금도 진행하고 있는 노조파괴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갑을오토텍 사건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최근 갑을오토텍은 관리직으로 뽑은 신입직원들을 지회 쟁의행위 기간 중 생산현장에 배치해 불법대체인력 투입 의혹을 받고 있다.

사건 재판부·담당검사, 유성기업 사건도 맡아

이번 판결은 노조파괴를 이유로 노사가 공방을 벌이고 있는 유성기업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갑을오토텍 사건을 처리한 재판부와 담당검사는 유성기업 사건도 맡고 있다.

유성기업은 창조컨설팅과 공모해 노조파괴 시나리오를 실행한 의혹을 받고 있다.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는 공격적 직장폐쇄와 노조 지배·개입, 단체교섭 거부를 이유로 유시영 유성기업 회장 등을 고소한 상태다. 이 사건은 8월까지 두 차례 공판을 연 뒤 9~10월께 선고공판이 열릴 예정이다.

김상은 변호사(법무법인 새날)는 "유성기업의 부당노동행위 양태는 갑을오토텍보다 심각한데도 유시영 회장은 아직도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며 "유성기업이 받고 있는 혐의가 재판에서 사실로 확인되면 유 회장은 박효상 대표보다 중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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