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마트노조가 12일 서울 이마트 구로점 앞에서 단시간 노동자 차별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던 중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이마트 부산 사상점에서 근무하는 최한숙(51)씨는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영랑호리조트에서 직장인인 딸과 오붓하게 여름휴가를 보낼 계획을 짰다. 신세계그룹이 운영하는 영랑호리조트를 예약하면 직원 혜택으로 무료로 투숙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지난달 18일 최씨가 리조트를 예약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리조트 쪽에서 연락이 왔다. 파트타이머(단시간노동자)로 근무하는 이마트 직원은 리조트 할인을 받을 수 없다는 설명이었다. 결국 최씨는 여행을 포기했다.

2012년 파트타이머로 입사한 그는 입사 첫해 하루 5시간(주당 25시간)씩 근무했다. 이듬해 하루 6.5시간 근무제로 전환돼 현재까지 일하고 있다. 주당 32.5시간 근무제다. 최씨는 “똑같은 일을 하는데 시간만 짧다고 혜택을 안 주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최씨는 연차에, 각종 수당에서도 정규직과 차별을 받는다. 그는 “연차휴가 신청란에 ‘어머니 제사’라고 썼더니, 연차를 승인해 주지 않더다”며 울분을 토했다.

이마트 시간선택제, 15명→3천60명

12일 이마트노조(위원장 전수찬)에 따르면 이마트에는 최한숙씨 같은 단시간 노동자가 3천명 넘게 있다. 2012년 15명에서 무려 200배 이상 늘어났다. 박근혜 정부가 핵심 일자리정책으로 시간선택제 확산을 내걸고 신세계이마트가 적극 동조하면서다. 정부는 "기존 시간제 일자리와 달리 시간선택제는 승진과 정년, 보수를 정규직과 차별하지 않는다"며 '양질의 시간선택제'라고 홍보했다.

이마트는 고용노동부와 관계부처가 여는 시간선택제 일자리 채용박람회에 참여하는 등 요구에 부응했다. 캐셔·매장진열 업무를 하는 단시간노동자가 급격하게 늘어난 이유다. 이마트의 시간선택제를 모집하면서 “풀타임 정규직과 동일한 처우를 받는다”고 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뒤 현실은 달랐다. 단시간노동자들은 풀타임 정규직에 비해 △급여 △병가 △휴양시설 이용 △휴무에서 차별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시간노동자들은 시급 6천170원을 받는다. 전일제 노동자들이 받는 6천270원에 비해 적다. CS수당처럼 정규직만 받는 수당이 있기 때문이다. 전일제 노동자들은 3개월 동안 유급병가가 가능하지만 단시간노동자들은 1개월 무급휴직만 할 수 있다.

차별시정 신청, 인정될까

노조는 이날 서울 이마트 구로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단시간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을 시정하라”고 촉구했다. 전수찬 위원장은 “이마트가 정부 정책에 화답해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확대했지만 양질의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아닌 차별받는 악질 (시간제) 일자리가 늘어났다”며 “노조는 이마트의 차별행태를 멈추기 위한 투쟁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부산지방노동위원회 차별시정 신청을 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단시간노동자 A씨는 “옆에서 일하는 동료가 파트타이머라는 이유로 아파도 무급으로 쉴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이마트 노동자들이 알아 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전일제가 아니라는 이유로 임금과 복지에서 차별받는다면 이마트가 불법을 저지르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대형마트가 30~50대 여성일자리의 기준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단시간노동에 대한 차별은 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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