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자은 기자

“금천구민 여러분, 현재 운행 중인 6번, 7번 마을버스는 기사들의 피로 누적으로 안전하지 않습니다.”

서울 지하철 1호선 금천구청역 앞에서 금천구청까지 이어진 길목에 머리띠를 두르고 투쟁조끼를 입은 이들이 줄줄이 서있다.

이들의 손에는 "밥 굶고 일했다, 해고가 웬말이냐”, “밥 먹을 시간, 휴게시간 달라 했더니 직장폐쇄” 등 문구가 쓰여진 손팻말이 들려 있었다. 이들은 금천구에서 마을버스를 운행하는 노동자다. 지난달 20일부터 이곳에서 출퇴근시간에 맞춰 매일 선전전을 진행하고 있다. 11일 현재 5일째 금천구청장실 앞 복도에서 점거농성 중이다.

◇노조 설립했더니 노선 분리 매각=신곤운수는 금천구 독산역과 구로디지털단지 일대에서 마을버스 금천 05, 06, 07번 세 노선을 맡아 운행해 왔다. 지난해 10월25일 공공운수노조 서울경기강원지역버스지부 신곤운수지회가 설립됐다. 신곤운수에서 21년을 근무한 박창오(68)씨는 일하는 동안 연차휴가라는 게 있는 줄도, 회사가 그동안 최저임금도 지급하지 않은 줄도 몰랐다.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일한 현실을 알아갈 때쯤 설립된 노조에 가입하고 활동했다. 지회가 설립된 다음달 회사측과 기본합의서를 체결하고 단체협약을 만들기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올해 2월19일 사측은 공고문을 통해 “회사가 운영하는 노선 중 05번이 3월에 매각된다”며 “5번 노선에 근무하는 기사는 매각시 양수회사에 승계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회가 부랴부랴 금천구청에 확인해보니 같은달 2일에 이미 ‘경성운수’라는 업체가 05번 노선을 운행하도록 하는 인허가 절차가 끝난 상태였다. 05~07번 버스 가운데 조합원이 가장 많은 05번을 매각했다는 것이 지회의 주장이다.

박씨는 “인간답게 살기 위해 겨우 노조를 만들었더니 사측에서는 노조를 말살시키려고 유령회사에 허위매각했다”고 주장했다. 신곤운수와 경성운수가 맺은 매매계약서에는 양도자와 양수자의 주소지가 동일했다. 여객자동차운송사업법의 면허기준에 따르면 신설법인이 양수할 경우 운송부대시설을 반드시 갖추게 돼 있다. 그러나 경성운수는 구청측에 허위자료를 제출했고 관련규정에 의거한 시설은 실제 전무했다. 지회는 구청측에 이같은 내용을 문의했지만 구청측은 “인허가 과정의 서류심사만 이뤄지는 건 관행”이라고 답했다.

◇직장폐쇄에 계약만료 해고=지회 조합원들은 05번 노선 매각을 노조를 탄압하기 위한 허위매각으로 판단하고 경성운수로 회사를 옮기지 않고 신곤운수에 남았다. 올해 3월10일 05번과 06, 07번 회사가 분리됐다. 3월에는 사측이 설립을 주도했다고 의심되는 기업노조가 생겼다. 23명이었던 지회 조합원이 10여명으로 줄었다. 지회는 5월26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지난달 13일 조정이 결렬돼 지회는 식사시간 40분을 준수하고 규정된 속도로 안전운행을 하는 준법투쟁을 벌였다. 그러자 사측은 같은달 28일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이틀 뒤인 30일에는 계약만료를 이유로 조합원 4명과 비조합원 2명 총 6명을 해고했다. 지회가 지난해 11월 사측과 합의한 기본합의서에서 “회사는 계약직 조합원의 계약기간이 만료되더라도 단체협약 체결시까지 계약을 이유로 퇴직시킬 수 없다”고 합의했다.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한 조합원 해고는 합의위반이다.

황당한 일은 또 있었다. 06, 07번 노선이 직원들 모르게 신곤운수가 아니라 계열사인 한남상운 소속으로 변경돼 있었던 것이다. 지회 관계자는 “신곤운수 소속으로 알고 있었는데 4대 보험 관련 자료를 확인해보니 4월달에 신곤운수에서 한남상운 소속으로 변경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현재 신곤운수는 성수여객으로 이름을 변경했다.

이와 관련해 지회는 구청측에 △경성운수의 인허가 취소 △한남상운의 위법행위 및 규정위반에 개선명령 △조합원 해고 및 직장폐쇄 조치 철회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지회는 “애초에 구청측이 최소 규정도 갖추지 않은 유령회사에 양수를 허가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며 “경성운수 인허가가 취소되고 마을버스 운행이 정상화될 때까지 점거농성을 벌이겠다”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