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 전세버스업체 ㈜제로쿨투어에서 노조 설립 3개월 만에 노조위원장이 분신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줬다. 회사는 노조의 교섭 요구를 무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조합원들을 만나 노조 탈퇴를 강요하고 "칼질 해서 정리하겠다"고 협박했다.

중장년 노동자들은 170만원 안팎의 임금을 받으며 근무시간이 몇 시간인지조차 모른 채 일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2일 제로쿨투어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벌여 각종 수당과 퇴직금 미지급, 부당노동행위를 비롯한 위법행위 11건을 적발해 사법처리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최근 전세버스업체 ㄷ관광에서 일하다 퇴사한 노동자가 <매일노동뉴스>를 찾았다. 그는 회사가 휴직하지도 않은 직원을 휴직한 것처럼 꾸미고, 친인척까지 휴직자 명단에 넣어 고용유지지원금을 타냈다고 제보했다.

제보를 바탕으로 취재하는 과정에서 살펴본 ㄷ관광의 노동조건은 그야말로 엉망이었다. 제로쿨투어와 ㄷ관광의 공통점이 단번에 눈에 들어왔다. 배차에 불이익을 줘서 기사들을 압박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저임금에 장시간 노동을 하는 것도 비슷했다. "업계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불법이 횡행하는 모습도 확인했다.<편집자>

최근까지 전세버스업체 ㄷ관광에서 일했다는 이형진(가명)씨. 그는 2년 동안 오전 5시30분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차고지에서 45인승 대형버스 시동을 거는 일로 하루를 시작했다. 일이 떨어지는 대로 전국 어디든 다녔다. 그런데 급여가 매번 달랐다. 노선이 바뀌면 '품위유지비'가 달라졌다. 포괄임금제로 기사 임금을 주는 ㄷ관광은 연장·야간·휴일·연차수당을 '품위유지비' 명목으로 몰아서 줬다.

이를테면 이씨는 지난해 7월과 8월에 다른 달보다 많은 급여를 받았다. 그달에 서울에서 정부세종청사로 출퇴근하는 공무원들의 통근버스를 운행한 덕이다. 서울과 세종을 왕복운행하면 이씨에게 3만1천900원의 품위유지비가 떨어졌다. 다른 지역과 비교해 두 배 많은 돈이다. 근무일 22회(일) 중 16회를 서울~세종 구간을 운행한 덕에 기본급 117만원에 품위유지비 61만7천500원을 더해 178만8천850원의 급여를 받았다.

ㄷ관광 동료 기사인 박찬규(가명)씨는 같은달 23회 운행으로 이씨보다 하루 더 일했는데도 급여는 이씨보다 27만1천437원 적은 151만7천413원밖에 못 받았다. 수당(품위유지비)이 적은 구간을 운행했기 때문이다.

박씨의 운행 수당은 천차만별이었다. 서울지역 병원에서 8회 셔틀버스를 몰았는데, 품위유지비는 회당 3천710원에 불과했다.

수당 높은 알짜 노선 받으려면?

노선은 전적으로 회사가 결정했다. 기사들 사이에는 회사가 선호하는 기사들에게 수당이 많고 노동강도가 상대적으로 약한 노선을 배정하고 밉보인 기사에게 불이익을 준다는 불만이 팽배하다. 기준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노선이 배정된다는 것이다.

이형진씨는 “회사에 잘 보여 한 달 동안 30회를 운행하고 230만원 이상 버는 직원들도 있다”며 “어떤 직원들은 고생은 고생대로 하는데 수당이 낮은 노선만 운행해 150만원도 못 버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직영기사들이 반발하면 노선에서 차를 빼 버리는 경우도 있으니 회사 말에 절대 복종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전세버스노조(위원장 윤춘석)에 따르면 수도권 업체에서 근무하는 기사들의 월평균 급여는 170만원 정도다. 노선에 따라 수당이 달라 월급이 20만원 이상 차이 나기도 한다.

전세버스 기사들의 급여 항목은 단순하다. 기본급에 운송수당을 더해 주고, 세차비용 같은 소모성 비용을 추가로 지원하는 식이다. 운행수당은 운송계약 금액에 연동된다. 업계에서는 이를 '수고비'라고 부른다. ㄷ관광에서는 품위유지비가 바로 수고비다. 수고비는 고객(사)과 맺은 운송계약금액의 7~10%를 주는 게 업계 관행으로 알려져 있다.

연장·야간·휴일·연차수당을 '품위유지비'라는 이름의 수고비로 지급한다는 얘기는 결국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법정수당을 주지 않았을 공산이 크다는 뜻이다. 고용노동부가 "제로쿨투어 특별근로감독 결과 연차수당과 휴일근로수당·퇴직금 등을 미지급했다"며 "사법처리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발표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제로쿨투어의 범법행위가 한 기업의 일탈이 아니라 전세버스업계 전체의 문제라는 얘기다.

주먹구구식 임금 책정

더군다나 전세버스업체들은 고객사와 맺은 운송계약금액을 대부분 공개하지 않는다. 설사 공개를 하더라도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힘들다. 노조 관계자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같은 거리를 운행했는데 어떤 경우는 2만원을, 어떤 때는 3만원을 수당으로 주기도 한다"며 "회사가 운행계약을 얼마에 했는지 모르니까 주는 대로 받는다"고 설명했다.

제로쿨투어는 운송계약금액을 알려 주지 않는다. 김종원 제로쿨투어지부 조직국장은 "운행을 했으면 얼마짜리 운행을 했는지 알려 줘야 하는데 기사들은 알 수가 없다"며 "계약 금액에서 7% 정도를 수고비로 받는다고만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직영기사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사업자로 분류되는 지입기사들은 저임금·고용불안에 시달린다. 직영기사들과 달리 지입기사들은 1년마다 지입계약을 갱신하기 때문이다. 노조 관계자는 “지입기사들이 회사가 지정한 배차를 거부하면 계약을 해지당할 수도 있다”며 “현대판 노예나 마찬가지”고 주장했다.

증거 없는 부당노동행위 만연

소규모 영세업체가 난립하면서 전세버스업체에서 노조를 만들기도, 유지하기도 쉽지 않은 형편이다. 회사쪽으로 힘의 균형추를 기울어지게 하는 것은 노선 배차권이다. 예컨대 노조가 설립되더라도 노조간부와 조합원에게 운행수당이 적고, 노동강도가 높은 노선을 배차하면서 불이익을 주면 버틸 재간이 없다. 윤춘석 위원장은 이를 두고 “기사들끼리는 '배차로 엿 먹인다'고 한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수당이 적은 노선을 주고, 힘든 노선을 배차하면 노조활동을 할 수 있겠냐”며 “회사가 제로쿨투어처럼 '노조활동 하면 칼질(해고) 한다'고 대놓고 탄압하지 않더라도 배차에서 불이익을 주면서 노조를 말라 비틀어지게 할 수는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제로쿨투어는 출퇴근시간이 오래 걸리는 기사들을 위해 전세버스를 자택 근처에 주차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도 노조 조합원들에게는 이를 불허했다. 김종원 조직국장은 차고지에 버스를 입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달 징계 처분을 받았다.

제도 변화도 기사들의 처우에 영향을 미쳤다. 1993년 전세버스운송사업이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뀌었다. 이러한 제도 변화는 엉뚱하게도 노조의 힘을 빼 버렸다. 지입기사들이 늘어나는 만큼 직영기사들이 줄어들었다. 파업은 생각조차 하기 힘들다. 직영기사를 대체할 지입기사들이 널려 있는 탓이다.

노조 관계자는 “93년 이전에는 대부분 업체에 노조가 설립돼 있었는데 지입기사 규모가 늘어나면서 노조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사업장 안에 직영과 지입이 같이 일하다 보니 노동자들이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워 노조를 설립하거나 노조 활동을 하기 어려운 처지”라고 전했다.

윤춘석 위원장은 “전세버스가 초과공급된 상황이어서 집회라도 하게 되면 거래처가 운송계약을 해지한다”며 “파업을 하면 업체가 폐업 신고를 낸 후 다른 사람 명의로 업체를 신설한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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