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의 저소득 가구는 가구주가 유일한 소득원일 뿐만 아니라 1명 이상의 부양가족을 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상적인 생계비 부족에 시달리는 이유다.

이들 가구는 부모를 비롯한 가족의 도움을 받거나 사회복지 같은 공적 지원을 받아 부족한 생계비를 채우고 있었다. 기업이 줘야 할 임금을 가족이나 정부가 대신 주고 있는 셈이다.

황선자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7일 ‘저소득 가구의 특성과 소득·지출 실태’ 보고서에서 이러한 분석을 내놓았다. 그는 통계청의 2015년 연간 가계동향 조사 자료를 재분석해 이러한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저소득 가구 다수 ‘외벌이에 부양가족 1명 이상’

황 선임연구위원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가구 중 월 근로소득이 최저임금(월급 기준 116만6천220원) 이하인 가구는 7곳 중 1곳(14%)이었다. 또 월 소득이 최저임금 이하인 가구 10곳 중 9곳(86.1%)은 가구당 취업자가 1명인 외벌이 가구였다.

특히 가구 소득이 최저임금 이하인 가구에서 가구원이 2명 이상인 곳이 절반(57.6%)을 넘었다. 최저임금 수준의 소득으로 2명 이상이 먹고사는 가구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황 선임연구위원은 “저소득 가구에서는 고소득 가구에 비해 소득 대비 지출 성향이 강했는데, 생계를 위한 지출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라며 “가구주가 최저임금 이하 월급을 받는 가구의 30% 이상이 소득보다 지출이 많은 적자 가구였다”고 분석했다.

저소득 가구들은 부족한 생계비를 어디에서 보전받고 있을까. 저소득 가구의 소득 구조를 재분석했더니 이들은 근로소득 외에 가구 간 이전소득과 공적 이전소득으로 부족분을 메우고 있었다. 쉽게 말해 부모 혹은 형제·자매(가구 간 이전소득)에게서 지원을 받거나 공적연금·기초연금·각종 사회보장을 포함한 정부 지원(공적 이전소득)으로 생활을 영위하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 가족 생활개선 효과 뚜렷”

이러한 경향은 소득이 낮은 가구일수록 뚜렷했다. 근로소득이 최저임금 70%를 밑도는 가구 집단에서는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근로소득 비중이 28.8%에 불과했다. 이들은 전체 소득 중 26.6%를 사회복지를 비롯한 공적 이전소득에서, 26.1%를 부모 지원을 포함한 가구 간 이전소득에서 벌충했다.

근로소득이 최저임금 70~100% 수준인 가구에서는 전체 소득의 절반(52%)을 근로소득에서 충당했다. 그럼에도 정부와 가족에게서 각각 17%씩의 소득을 지원받았다. 반면 근로소득이 최저임금의 200% 이상인 집단에서는 전체 가구소득에서 차지하는 근로소득 비중이 90.1%로 집계됐다. 공적 이전소득이나 가구 간 이전소득은 2%대거나 그 이하로 미미했다.

황 선임연구위원은 분석 결과를 토대로 최저임금 인상 필요성을 도출했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은 만성적자에 시달리는 저소득 가구의 소득을 높여 구성원들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다”며 “부모를 포함한 가족에게 손을 덜 벌리게 하는 것까지 고려하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사회 전반의 생활개선 효과는 더욱 커진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최저임금 가구의 전체 소득 흐름을 보면 기업이 줘야 할 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아 다른 가족이나 정부가 이를 보전해 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 선임연구위원은 “영국은 사회복지에 들어가는 정부 지출을 줄이려는 재정정책의 하나로 최저임금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며 “정부가 대신 보전해 주던 돈을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기업이 부담하도록 하려는 영국 정책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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