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병원의 전환배치에 괴로워하던 수술실 책임간호사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보건의료노조 전남대병원지부는 이아무개(47) 간호사가 지난 19일 오후 자택에서 목매 숨진 채 발견됐다고 20일 밝혔다. 노조는 "병원측 전환배치로 괴로워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 같다"고 전했다.

노조에 따르면 전남대병원은 "지난달 수술실 책임간호사 5명을 다른 과로 전환배치하겠다"고 통보했다. 1980년대 전남대병원에 입사해 경력 20년이 넘은 이 간호사는 병원측 전환배치에 심적압박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대병원은 이 간호사에게 어느 과로 배치될지 알려 주지 않은 상황에서 인수인계를 지시했다. 이 간호사는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우울증 진단을 받은 뒤 병원에 4주 병가를 냈다. 그런데 이 간호사는 출근예정일이었던 지난 17일 출근하지 않았다. 이튿날 교회 지인에게 “너무 힘들다”고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19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지부는 병원측 전환배치에 주목했다. 전환배치 통보를 받은 5명의 책임간호사들은 병원측에 문제를 제기했다. 지부도 간호부장에게 “원칙 없는 인사”라고 항의했다.

간호부장은 그러나 “수술실 내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며 항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부 관계자는 “비상 상황이 많은 수술실의 경우 간호사 간 협력이 중요하다”며 “수술실 책임간호사 5명을 한꺼번에 전환배치를 한 것도 전례가 없는 상황인데 어느 과로 보낼지도 알려 주지 않아 이 간호사가 심리적으로 큰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부는 “병원장이 직접 나서 사건의 진상을 조사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며 “이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노사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전남대병원 관계자는 “병원 차원에서 (이 간호사의 죽음에 대해) 자체적으로 조사를 하고 있어 현재는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