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노조
정부가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방안으로 내놓은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에 대해 금융노조(위원장 김문호)가 “국책금융기관과 중소기업의 동반 부실을 부를 것”이라고 반발했다.

노조는 16일 오전 서울 다동 노조 투쟁상황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책은행 자본확충 방안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정부는 이달 초 한국은행과 함께 11조원 규모의 자본확충펀드를 조성해 국책은행 자본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이 10조원을 발행해 기업은행에 대출하면 기업은행이 자산관리공사가 운영하는 특수목적법인에 재대출한다. 신용보증기금이 지급을 보증한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조건부자본증권(코코본드)을 발행하면 자본확충펀드가 이를 매입해 실탄을 마련한다.

노조는 “정책금융기관과 중소기업의 연쇄 부실을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예컨대 신용보증기금이 10조원 규모의 부실대기업 지급보증에 집중할 경우 중소기업에 대한 지급보증 여력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이는 중소기업 부실 증가로 이어진다. 대출자산의 77.5%가 중소기업 대출인 기업은행 운영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나기수 기업은행지부 위원장은 “중소기업을 돕고 중소기업에서 수익을 내는 기업은행이 왜 부실대기업 지원을 위해 10조원의 대출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정부가 중소기업의 근간을 망가뜨리고, 대기업과 동반부실을 부를 잘못된 정책을 펴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정부 방안이 관련법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법에 따르면 금융기관에 대한 긴급여신은 유동성이 악화된 기관에 한해 이뤄져야 하는데, 기업은행은 그렇지 않다. 중소기업과 담보능력이 부족한 기업에 한해 지원을 하도록 한 중소기업은행법과 신용보증기금법을 위반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김문호 위원장은 “조선·해운업 부실 과정에서 아무 역할도 못한 무능한 정부가 국책금융기관와 중소기업을 모두 침몰시킬 위험천만한 정책을 내놨다”라며 “금융산업과 중소기업의 안정을 위해 방향성 없고 졸속적인 정책은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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