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태우 기자

“용인정신병원이 (의료급여 수급환자 수가를 이유로) 환자를 강제로 퇴원시키는 건 명백하게 환자를 버리는 겁니다. 병원이 강제 퇴원에 대해 탈원화(지역사회로 돌려보내기)라고 이름 붙이는 것을 개인적으로 용납할 수 없습니다. 있어선 안 되는 일입니다.”

정신과 전문의인 이영문 아주편한병원 교육원장은 용인정신병원이 최근까지 200여명의 의료급여 수급환자를 퇴원시킨 것에 대해 이같이 비판했다. 정신보건 전문가들도 한목소리를 냈다. 정신보건 전문가들은 “용인정신병원이 공공성을 저버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용인정신병원 실태를 통해 본 정신병원 현황과 공공성 강화과제 토론회’에서 나온 얘기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용인정신병원 사태를 계기로 정신병원의 공공성을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양승조·정춘숙·이용득 의원과 정의당 이정미·윤소하 의원이 공동주최했다.

"국내 3대 정신병원, 환자 차별하다니"

홍혜란 보건의료노조 용인병원유지재단지부장은 용인정신병원이 의료급여 수급환자를 차별했다고 폭로했다. 홍 지부장에 따르면 용인정신병원 입원환자 대부분은 의료급여 환자다. 이들은 기초생활수급자 신분으로 정부에서 의료비를 지원받는다. 급여환자의 수가는 건강보험 가입환자 수가의 70% 수준이다.

홍 지부장은 "건강보험 가입환자들은 저염식·당뇨식 등 건강상태에 따라 식사메뉴가 바뀌었지만 의료급여 환자들의 식단은 건강상태와 무관했다"며 "환자복도 건강보험 환자들은 주기적으로 교체됐지만 의료급여 환자들은 찢어져도 수선해서 다시 입었다"고 주장했다.

병원 직원들이 이효진 용인병원유지재단 이사장의 개인사업에 이용될 젤리에 주사기로 술을 주입하는 일을 하거나 재단이 운영하는 벗이미술관 행사에 동원됐다는 증언도 나왔다. 홍 지부장은 “3대째 병원의 경영권이 세습되면서 병원이 수익 창출에 매몰되고 있어 과거 그간 쌓아온 정신병원 전문의료기관이라는 명성이 추락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역사회 치료체계 만들고 수가 개선해야"

전문가들은 용인정신병원 강제퇴원 사태를 계기로 정신병원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신의료기관 중 사립병원은 1천384개인 반면 공공병원은 18개에 불과하다. 이종국 국립공주병원 의료부장은 “민간병원 비중이 높아 정신의료 공공성이 낮다”며 “환자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시키는 게 최우선인 만큼 공공성을 높이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료부장은 “입원치료 기능을 대체할 수 있도록 낮 병원·밤 병원·주말 병원처럼 부분 입원을 활성화하고 지역 사회와 병원이 연계해 통합적인 재활치료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행 수가를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명수 용인정신병원 진료부원장은 “단가는 턱없이 낮게 책정돼 있고, 퇴원 이후 갈 곳이 없는 환자들이 태반인 상황에서 정부가 (정신질환자의) 퇴원을 촉진하고 있다”며 “의료급여 환자를 국가가 (낮은 수가로) 지속적으로 차별 대우를 하고 있어 의료기관에서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부원장은 “수가를 개선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없이는 현재의 모순적인 상황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