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호동 노동자투쟁연대 대표

산전수전 다 겪은 노조간부와 활동가들을 재교육시킬 수 있는 사람. 백전노장들의 현장경험을 손바닥 보듯 들여다보며 취약점을 강화하는 노동교육의 달인. 신규 조합원들의 막연한 기대와 불안감을 토닥이며 진정한 노동자로 거듭나게 하는 노련한 조련사. 노동자교육센터 대표 김진순.

희망의 교육, 해방의 교육 열정으로 달려온 김진순 대표는 자신의 전력을 굳이 밝히려 하지 않는다. 1982년부터 구로동 전자공단 ‘공순이’였다며 특유의 화법으로 “뭘 다 알면서 그런 것까지 묻고 그래?”라며 핀잔을 준다. 노동현장으로 들어가 세상을 바꾸려던 꿈을 꿨던 80년대 사람에게 느껴지는 당당함과 겸손함이 동시에 묻어 있다. 결국 86년 감옥에 갔다. 이듬해 출소하고 서울올림픽이 개최됐던 88년부터 YMCA노동교실에서 노동교육을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교육’에 일로매진하게 된 30여년의 출발로 볼 수 있다.

89년 지역업종회의를 시작으로 전노협 건설에 동참했고, 90년 전노협 교육국장을 맡았다. 94년 집행위원으로 민주노총 건설을 준비하고 95년 출범 후 99년까지 민주노총 교선실장을 역임했다. 이후 2년여의 준비기간을 거쳐 2003년 5월14일 노동자교육을 연구·실천하는 전문기관인 노동자교육센터를 출범시키고 대표를 맡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노동자교육센터는 노동자 대중교육과 간부교육을 체계화(대상·시기·내용별 프로그램)하고, 전문화(자료 체계 구축, 교육교재 ·매체 개발, 전문강사와 교육활동가 양성)를 목표로 연구하고 실천하고 있다. 매년 창립 기념행사를 다양하게 하는데, 올해는 5월25일 ‘4·13 총선 이후 총선지형과 대의제 카르텔 읽기’라는 김영수 박사(운영위원, 당신은 민주국가에 살고 있습니까 저자)의 강연회로 진행됐다.

어느덧 김진순을 알고 강의를 들은 지 20여년에 이르고 있다. 멀찍이 서 있던 거리는 발전·공공 등에서의 교육수강 횟수만큼이나 가까워져 실없는 농담에서 가시돋친 농담까지 나누는 사이가 됐다. 벌써 꽤 시간이 흘렀지만 김진순은 필자를 노동자교육센터 교육위원이자 강사단 일원으로 이름을 올리면서 명언을 남겼다. “좋은 거니까 하라면 해.”

수십 명의 명강사들이 강사단으로 포진해 있어 필자와 같이 왕성하게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은 굳이 교육에 나서지 않아도 충분하다. 현 시기 노동운동과 노동조합운동 교육 관련해서 노동자교육센터가 감당하지 못할 영역은 필자의 오랜 경험으로 봤을 때 찾기 어려울 정도로 훌륭하다. 다만 학습과 교육을 등한시하는 기풍의 변화가 아쉬울 뿐이며 노동조합운동의 퇴조 이유이기도 하다. 80년대 말 90년대 초에는 전국에 200여개가 넘는 단체가 활동하면서 노동자 민중교육을 담당했다. 그러나 자본과 권력의 탄압과 운영의 어려움, 그리고 정세 변화에 따라 대부분 간판을 내리고 문을 닫았다. 이러한 여러 단체의 노동자 민중교육운동 경험도 거의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참으로 아쉬운 대목이다. 필자는 노동운동 고양을 위해 철저한 현장교육이 전제돼야 하고, 그것이 재출발의 핵심요소임을 강조하곤 한다.

노동조합운동을 유지·발전시키는 3대 기둥은 학습·조직·투쟁이다. 교육을 통해 조직적 실천을 배우고, 교육을 통해 투쟁의 전략과 전술을 전수받으며 발전의 토양을 강화시키는 것이다.

노동자 교육운동을 전문적으로 실천하는 연구자와 교육자들을 조직하고 있는 노동자교육센터의 13년에 이르는 헌신적 역할은 빛나지 않지만 보석 같은 존재임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교육이 한 인간을 양성하기 시작할 때의 방향이 훗날 그의 삶을 결정할 것이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은 교육의 중요성을 이렇게 강조했다. 노동자의 삶을 살아가는 노동하는 인간에게 노동교육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노동조합의 간부와 활동가들의 ‘오르그(조직가)’로서의 교육 또한 두말하면 잔소리다. 30여년에 이르는 노동교육운동의 최일선에 서 있는 김진순. 30여년 전 구로공단에서 꿈꾸던 세상을 향해 오늘도 노동교육과 함께 변함없는 길을 가는 김진순. 그 열정과 헌신에 따뜻한 격려를 보낸다. 14년차를 맞은 노동자교육센터가 노동자교육의 중요한 진지로서 역사적 역할과 기능을 더욱 힘차게 해내길 바라며.

노동자투쟁연대 대표 (hdlee2001@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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