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호동 노동자투쟁연대 대표

마음이 버거운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전달하는 노래일꾼. 몸과 마음이 힘든 노동자들 앞에서 진을 다 쏟으며 공연하는 사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마음'들을 향해 '힘내라'는 노래집을 선보이는 가수. ‘마음’을 주제로 <힘내라 마음아> 3집을 내는 노동자들의 친근한 노래 벗 지민주.

마음(心). 참으로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다. 불교와 유교의 고승이나 대학자들에게 수련과 공부 주제였던 심론(心論)은 수많은 저서와 논쟁을 남겼다. 지민주가 이 엄청난 주제로 3집을 준비 중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사실 피식 웃었다. <힘내라 마음아>. 우리 사이에 이어져 온 ‘똥배’ 논란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형이상학적인 ‘마음’을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무대에 등장한 지민주에게 내가 눈에 띄는 날은 어김없이 "저기 앞에 앉아 있는 이호동 동지 똥배 집어넣고 힘차게, (어쩌고저쩌고)…"라고 말하며 유쾌하게 주의를 집중시켜 왔던 것이다. 이제 어쩔 수 없이 똥배와 마음의 변증법적 조화를 3집 발매와 함께 시도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지민주는 1995년 ‘대구지역 연대를 위한 노래모임 좋은친구들’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20여년에 이르는 노래연대 활동의 시작이었다. 2001년부터 솔로로 활동했고, 1집 <칼>을 발표했다. 2006년 2집 <길 그 끝에 서서>는 지민주를 전국적으로 알린 앨범이었다. 2008년에는 콘서트 '같은 곳을 바라본다는 것 톡톡'을 진행했다.

현장연대를 변함없이 하며 2013년 문화노동자들의 모임 '일과 노래'를 결성했고, 프로젝트팀 '노래로 물들다'도 만들었다. 노래로 물들다 1집도 내놓았다. 2014년 노동자의 역사 그 곁을 지킨 우리의 노래 '탈환의 시작 고백'을 초연하는 등 지금까지 10여 차례 콘서트를 한 중견가수다.

2016년 3집 <힘내라 마음아>를 공개적으로 준비해 현재 발매를 앞두고 있다. 10년 만의 3집은 사전후원(국민은행 762301-04-220136 지민주)으로 제작된다. 음반시장에 수많은 음반이 쏟아져 나오지만 노동·민중가수들의 앨범은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현실의 반영이다. 상업성 문제로 그들의 음반을 제작하겠다고 선뜻 나서는 이들이 없는 탓이지만 지민주는 후원자 모집을 통해 현실의 장벽을 정면돌파하고 있다. 장하다. 지민주!

지민주 3집 <힘내라 마음아>는 △언제나 길 위에서 싸우는 당신과 나의 노래-‘길 위의 동지에게’ △나보다 어렸던 엄마의 사진 한 장을 보고-‘엄마도 예뻤네’ △한마디 말보다 더 큰 위로가 필요할 때-‘토닥토닥’ △친구이자 동지인 그대들과 나에게 거는 주문-‘힘내라 마음아’ △우리가 꿈꾸는 미래는 있습니다-‘주홍글씨’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이름-‘아버지’ △일해도 일해도 불안하기만 한 청춘들의 노래-‘흔들린다’ △시설에 갇힌 장애인의 삶-‘세상 속으로’ △남을 밟고 올라가도 그곳은 또 다른 바닥일 뿐-‘바닥’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장기투쟁 사업장 동지들에게-‘섬과 섬을 잇다’ 등 10곡으로 구성돼 있다. 이 시대 마음 아픈 사람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는 노래들이다.

최근 지민주는 글과 말을 통해 엄마의 마음이 무엇인지 알게 해 준 사랑하는 준우 이야기를 많이 한다. 준우가 맑은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과 미래를 위해 더욱 힘차게 노래할 각오라고 한다.

이 시대 살이가 버겁고 아픈 노동자·민중은 지민주의 어려운 현실을 극복하려는 당찬 도전을 보며 힘차게 마음을 추스릴 일이다. 필자도 지난 세월 <화엄경>에 나오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모든 것은 마음이 짓는 바에 달려 있다)의 실천적 의미를 제대로 깨우치지 못했지만 이번 기회에 마음을 다잡을 생각이다.

'길에서 만난 사람'이라는 제목의 여는 칼럼에 가사 전문을 인용했던 ‘길 그 끝에 서서’처럼 오늘도 지민주는 노래하고 외친다.

"이제는 우리가 길을 만들 차례야/ 이제는 우리가 빛이 될 차례야/

그렇게 왔잖아/ 우리 당당하게/ 이제 진짜 우리의 시간이 온 거야."

"우리가 꿈꾸는 세상은 반드시 옵니다. 그날까지 힘차게 노래하겠습니다."

"똥배 집어넣고, 힘내라 마음아!"

노동자투쟁연대 대표 (hdlee2001@empas.com)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