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조선사들이 인력감축 카드를 빼들면서 노사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조선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정치권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22일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23일 오전 경남 거제를 찾아 대우조선해양 노사를 만난다. 이어 삼성중공업 협력사 대표단과 간담회를 갖는다. 조선업 구조조정과 관련해 현장 의견을 수렴하고 대응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정진석 원내대표를 포함한 새누리당 지도부는 같은날 오전 대우조선해양을 찾아 구조조정에 대한 입장을 밝힌다. 노조와 공식 면담일정을 잡지 않고 공장 노동자에게서 애로사항을 들을 예정이다. 거제상공회의소에서 지역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간담회도 한다.

두 당의 거제 방문은 조선업 인력 구조조정이 가시화하는 시점과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20일부터 생산직 기장(과장급) 이상 직급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현대중공업노조에 따르면 회사가 추진하는 희망퇴직 대상자는 근속 20년 이상 고숙련자들이다. 올해 2월 현재 기장 이상 직급 생산직은 2천85명이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은 이달 들어 사무직 과장 이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면서 생산직 희망퇴직은 없다고 노조에 말했다"며 "일감이 늘어날 때를 대비하지 않고, 노조와의 약속을 저버린 채 기술자들을 몰아내려는 사측 행태를 묵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으로부터 자구안 마련을 요구받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은 임원진 축소와 추가 조직개편, 희망퇴직을 통한 인력 추가 감축, 임금 동결·삭감을 담은 자구안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산사업부문을 분사한 뒤 상장해 자금을 확충하는 계획도 수립했다. 대우조선노조는 방산사업 분사에 반대하고 있다. 노조는 20일 오후 특수선 생산현장 앞에서 집회를 열고 "특수선 분리 매각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모든 투쟁을 불사하겠다"고 경고했다.

조선업 구조조정 여파가 사무직은 물론 생산직까지 확대되면서 노동계 반발이 거세질 전망이다. 지난해 희망퇴직 과정에서 현대중공업 일반직노조가 결성된 데 이어 최근에는 현대미포조선 등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에서 잇따라 사무직노조 결성이 추진되고 있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노조가 조선산업 발전을 논의하는 노정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는데 정부·기업이 인력 구조조정으로 화답하는 형국"이라며 "조선사노조 공동집회와 파업을 정부가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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