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는 조선업 구조조정이 정치 쟁점으로 부각하고 있다. 정치권이 앞 다퉈 경남 거제와 부산을 찾아 구조조정에 대한 입장을 내놨다. 야당은 물론 새누리당 지도부조차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려는 정부와 방향을 달리하는 견해를 내놓았다.

정진석 원내대표 등 새누리당 지도부는 23일 오전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에서 진행한 대우조선노조(위원장 현시한)와의 간담회에서 "구조조정 과정에서 안타깝게 일자리를 잃는 근로자에 대한 대책이 매우 구체적으로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경영진 등) 이해관계자의 책임을 분명히 하고 현재 부실과 잠재적 부실의 진단을 토대로 국민 부담이 최소화되는 원칙을 지키면서 구조조정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지도부가 공개적으로 부실경영 원인을 진단하고 이를 토대로 경영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천명하면서 정부와 각을 세우는 모양새가 됐다. 특히 정진석 원내대표는 대우조선노조에 이어 진행한 만난 삼성중공업 협력사 관계자들에게 "국가 기간산업이자 세계 1위, 우리 경제의 자존심이었던 조선업을 다시 부활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산업을 사양산업으로 보는 정부와 대비되는 견해다.

야당은 구조조정 전에 정부와 경영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이날 대우조선노조와 만난 자리에서 "기업 경영이 잘못되면 경영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대우조선해양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책임지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경영 부실에 대해서도 앞으로 문제를 제기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특히 김 대표는 "대형 국영기업체 등 1만명 이상 고용하는 업체는 근로자들이 경영감시를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밝혔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근로자이사제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대우노조선노조는 두 당과의 간담회가 끝난 뒤 "사람을 자르기보다는 올바른 투자만이 조선 산업을 정상화 시켜 낼 수 있는 길이라는 점을 설명했다"며 "조선업 손실이 경영진들의 부실경영에 있는 만큼 낙하산 인사가 되지 않도록 투명경영을 위해 노동자가 경영을 감시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달했다"고 밝혔다.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이날 부산상공회의소에서 진행한 지역 경제인들과의 간담회에서 "정부는 구조조정에 필요한 재원과 사회 안정망을 마련하는 일, 구조조정의 범위를 벗어나 산업구조개혁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면서도 "기술력 1위인 조선업은 무조건 구조조정해서 나중에 조선업이 완전히 없어지는 것은 방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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