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호동 노동자투쟁연대 대표

제천에서 3천평 농사를 짓는 노동자. 대학강의와 연구도 병행하는 학자. 반농반지(절반은 농사꾼 절반은 지식인), 반노반지(절반은 노동자 절반은 지식인)를 지향하는 사람. 노동자·농민·지식인 삼위일체형 삶의 주인공. 김영수 박사.

전북 정읍에서 9살부터 낫질을 하고 농사일을 하며 성장했다. 어린 시절 농사일을 하며 고됐던 농민의 아들은 "상처와 함께 노동의 가치를 체화하는 성장 과정이었다"고 회상한다.

고3 시절인 1980년 5월 광주행 열차가 다시 개통되는 날 친구들과 달려가서 전쟁터 같았던 현장을 목격했다. 이때 나중에 글을 쓰면 첫 글을 광주로 쓰리라 다짐했다고 한다. 서울에서 대학 생활 도중 휴학하고 성수지역 마치코바에서 노동자가 됐다.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학교에 복귀한 후 대학원에 진학해 10여년간 학습과 진보정치 조직활동을 병행했다.

91년 자신과의 약속대로 ‘광주항쟁 지도부의 정치권력적 성격’이라는 제목의 석사논문을 썼다. 92년 6월부터 서울노동정책연구소(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전신) 창립 과정에 참여하면서 ‘반노반지’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의 학문 정진 과정에서 특이할 점은 아프리카 정치 역사를 연구하며 그들의 공동체적인 삶 속에 들어 있는 다양한 민주주의적 대안에 천착했다는 사실이다. 특히 남아프라카공화국의 변혁운동과 노동조합운동을 통해 한국 민주주의가 나아갈 길을 모색한 것은 최근 이어지는 저작의 토대가 된 것 같다.

공부를 시작한 지 10여년 만인 99년 한국 노동자정치운동과 민주노조운동 간 연대관계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어 연구지 <진보평론> 편집위원으로 연구 활동을 하면서 2001년 10월부터 민주노총 공공연맹의 조직국과 정책국에서 활동했다. 공공부문 노동운동에서 주목받는 이력의 주인공이었다. 그로부터 남아공과 코사투에 관한 교육을 재미있게 들었던 기억이 새롭다.

김영수는 공공연맹 간부로 2002년 발전파업에 함께했다. 전력산업 구조개편 반대 논거를 중심으로 민영화 반대 소책자를 발간했다. 필자가 연맹 위원장이던 시절에 더 일해 달라는 간청을 고통스럽게 사양하며 학자의 길로 되돌아갔다. 당시 필자에게 그는 '노동운동 씨앗론'을 강조했다. 그래서 퇴직을 만류하며 “정작 본인은 씨앗만 뿌리고 가 버리면 어떻게 하냐?”는 농담 섞인 항변을 했다.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부소장 시절엔 필자를 감사로 추천해 같이 임원을 하기도 했다. 2009년 필자의 <전력산업 구조개편과 노동조합의 대응에 관한 연구> 석사논문 초고를 읽고 조언해 준 이도 김영수 박사다.

저서로는 <화해는 용서보다 진실을 요구한다-남아공 민주주의의 역사·현실·미래> <과거사청산, 민주화를 넘어 사회화로> <민주주의를 혁명하라> 등이 있고, 공저로 <지식의 공공성 딜레마> <공무원 노동운동사> 등이 있다.

최근에는 역작 <당신은 민주국가에서 살고 있습니까>를 펴냈다. 광주항쟁에서 시작된 젊은 날의 실천과 연구의 집적이 책으로 발간된 것 같다. 일찍이 함석헌 선생은 역사와 국가에 대한 저술에 대해 이렇게 토로했다.

"쓰다가 말고 붓을 놓고 눈물을 닦지 않으면 안 되는 이 역사, 눈물을 닦으면서도 그래도 또 쓰지 않으면 안 되는 이 역사, 써 놓고 나면 찢어 버리고 싶어 못 견디는 이 역사, 찢었다가 그래도 또 모아 대고 쓰지 않으면 아니 되는 이 역사, 이것이 역사냐? 나라냐? 그렇다. 네 나라며 내 나라요 네 역사며 내 역사니라."

김영수는 이 책에서 현상·허상·상상이라는 열쇳말을 통해 근대 민주주의 역사와 현실, 그리고 이를 혁명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의 고된 실천과 연구의 성과물인 ‘민주국가론’은 고난의 역사를 외면하지 않고 휘적휘적 걸으며 ‘모아 대고 써 온 역사’이며 ‘미래 대안’ 제출서다. 구입해서 읽고 고민하고 토론하기를 권유한다.

현재 김영수는 경상대 사회과학연구원 학술연구교수로 재직하면서 연구와 강의를 하고 있다. 민주노총 정책연구원 자문위원과 금속노조 정책연구원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으니 여전히 '반농반지·반노반지'의 길을 가고 있는 셈이다.

보편성보다 특수성을, 거시적이거나 미시적인 것보다 그 두 가지를 융합시키는 중범위적인 접근으로 탈자본주의 사회의 대안적 권력관계를 모색하는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고 한다.

무지의 폭력은 세상을 타락하게 하는 범죄행위라고 일갈하는 김영수. 지식과 지혜가 한 몸이 되기 위해서는 어렵고 힘든 ‘고난의 수행’을 해야 한다는 김영수. ‘반농반노’의 삶을 이어 가며 지혜로운 ‘지식인’의 길을 추구하는 김영수. 노동과 농사, 지적탐구를 통해 샘물처럼 솟아오르는 물음표와 상상력으로 빚어낸 혜안을 고대한다.

노동자투쟁연대 대표 (hdlee2001@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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