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공기업 성과연봉제 도입을 둘러싼 정부의 압박이 도를 넘고 있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거나, '돈줄'을 죄는 압력까지 이어지고 있다.

3일 금융노조에 따르면 IBK기업은행이 운영하는 사내복지사업이 중단된 상태다. 경조금·유치원비보조금·콘도 이용료 지원·해피네이밍(신생아 작명) 사업 같은 복지제도가 '올 스톱' 됐다. 기업은행은 지난 3월 중순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에 사내근로복지기금 출연 승인을 요청했지만 특별한 이유 없이 승인이 지연되고 있다. 사내근로복지기금은 사업주가 수익금을 재원으로 출연하지만, 공공기관의 경우 정부 예산집행지침에 따라 기재부와 사전에 협의하고, 주무부처 승인 뒤 이사회 의결을 거쳐야 출연할 수 있다.

승인이 지체되면서 기금 부족으로 사업을 운영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자 기업은행은 지난 2일 직원들에게 “사내근로복지기금 출연을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으며, 조속한 시일 내에 복지비가 정상 지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노동계는 금융공기업 성과연봉제 도입 압박과 현재의 상황이 연관된 것으로 보고 있다. 노조 기업은행지부 관계자는 “기금 고갈로 사업이 중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금융공기업에 가해지고 있는 성과연봉제 압박과 연관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성과연봉제 도입 선도기관으로 지정된 주택금융공사는 압박이 더욱 노골적이다. 사측은 현재 노조 대표를 수시로 찾아 “금융위가 성과연봉제 미도입시 여러 불이익을 예고하고 있다”며 협조를 요구하고 있다.

임재동 노조 주택금융공사지부 위원장은 "서울에서 부산으로 본사가 이전함에 따라 200여명이 숙소에서 묶고 있는데 회사는 '금융위가 숙소 예산지원을 중단하고, 100억원 규모의 연수원 설치 예산도 환수하겠다고 한다'며 성과연봉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임재동 위원장은 "공사 대표가 사퇴를 고민할 정도로 정부의 개입이 도를 넘었다"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노사관계에 개입할 수단도 방법도 없어, 도입 상황을 체크하는 것이 활동의 전부"라며 "사측에 직접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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