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에 유해한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해 사망자 등 피해자를 발생시킨 옥시레킷벤키저코리아가 2일 공식 사과했다. ‘옥시싹싹 뉴가습기 당번’ 제품이 출시된 지 15년 만이다.

아타 울라시드 사프달 옥시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가습기 살균제로 폐 손상을 입은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한국법인과 영국본사를 대표해 사과한다”고 밝혔다.

옥시는 2001년 초 독성 화학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 함유된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민원이 이어졌지만 옥시측은 이를 무시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제품 사용과 폐 손상의 인과관계를 확인해 해당 제품을 회수한 2011년 중반까지 문제의 제품을 지속적으로 판매했다. 총 453만개 제품이 팔렸다. 정부가 폐 손상 피해를 본 것으로 확인한 221명 가운데 177명이 옥시제품을 이용했다. 특히 사망자 90명 중 70명이 옥시제품을 썼다.

옥시는 그동안 언론과의 접촉을 철저히 차단해 왔는데 이날 갑자기 언론간담회 형식을 빌려 사과에 나섰다. 사프달 대표는 “충분하고 완전한 보상안을 마련하느라 시간이 지연됐다”며 “모든 피해자가 공정하고 조속하게 보상받을 수 있도록 7월까지 독립적인 패널을 구성하겠다”고 답했다. 1·2등급 피해자는 패널 결정에 따라 보상하고, 3·4등급 피해자에게는 100억원의 인도적 기금을 쓰겠다는 계획이다.

사프달 대표는 “제품의 유해성을 알고도 판매했느냐”는 언론의 질문에 “유해성 여부에 대해서는 검찰에서 조사하고 있고, 우리도 조사 결과를 알고 싶다”며 즉답을 피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유가족연대는 “옥시는 한국시장을 떠나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유가족연대는 “소비자들을 사망에 이르게 한 전대미문의 대참사를 유발하고도 법인을 해산하고 사명을 두 번이나 변경하면서 사건을 축소·은폐하는 데 급급했던 옥시는 한국에서 자진 철수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검찰은 이번주부터 문제의 제품을 판매한 옥시 임직원들을 소환 조사한다. 옥시측이 제품 부작용을 인식하고도 제품회수나 판매중단 같은 별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업무상 과실치사 또는 과실치상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