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광장에서 열린 한국노총 노동자대회에서 조합원들이 쉬운해고 분쇄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정기훈 기자
▲ 한국노총 노동자대회.정기훈 기자

"국민을 이기는 대통령은 없다. 일방적으로 강행 추진한 노동법 개악안 폐기하라. 성과연봉제 도입계획 즉각 중단하라."(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

"민의 존중하는 정부라면 국정기조 바꿔야"

한국노총이 "박근혜 정부의 반노동자 정책을 분쇄하고, 노동운동 말살에 맞서 투쟁의 최선봉에 서겠다"고 선언했다.

한국노총은 제126주년 세계노동절을 맞아 1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지침 철폐·노동법 개악 저지·임단투 승리를 위한 5·1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하고, 정부에 노동개악 중단과 국정기조 전환을 요구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대회에서 "4·13 총선 결과로 나타난 준엄한 민심의 심판을 거스르며 반노동 정책을 포기하지 않는 오만한 정권에게 우리가 돌려줘야 할 것은 강력한 투쟁"이라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쉬운 해고·임금삭감·성과연봉제 등 무한경쟁을 통한 노동자 죽이기 정부 정책에 맞서 투쟁하겠다"며 "5·6월 임단투에서 양대 지침을 무력화하고, 노동권 쟁취투쟁을 강력히 전개하겠다"고 경고했다.

김동만 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총선에서 집권 여당이 참패했다"며 "민의를 존중하는 정부라면 마땅히 그간의 국정운영과 정책기조가 올바르지 않았음을 인정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하는데도, 박근혜 정권은 노동개악의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호시탐탐 노동법 개악을 시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금융·공공기관에 대한 성과연봉제 강제도입과 관련해 "실적 쌓기 경쟁으로 공공성이 파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공공성을 강화하고, 쉬운 해고과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이 전 산업에 확산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공공·금융 노동자들의 성과연봉제 저지투쟁에 함께하자"고 외쳤다.

김 위원장은 이어 "한국노총은 노동자 고용불안과 임금·노동조건을 후퇴시키고 노조를 무력화하려는 정부의 전방위적 공세에 맞서 조직의 사활을 걸고 투쟁하겠다"며 "20대 국회에서 정리해고 요건 강화, 통상해고 금지, 노동시간단축, 청년고용할당제 확대, 최저임금 현실화 등 노동자 고용과 사회안전망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비정규직 차별 금지와 상시지속적 일자리·생명안전업무 정규직 고용, 기업 구조조정에 대해서도 노동자가 일방적으로 희생되지 않도록 정부와 국회에 대책을 요구하겠다는 방침이다.

분노 임계치 넘은 금융·공공 노동자들

주최측 추산으로 5만여명의 조합원이 참석한 이날 대회는 처음부터 끝까지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과 경고로 가득했다. 정부가 총선 참패 이후 이른바 노동개혁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성과연봉제 도입 타깃이 된 금융·공공부문 노동자들의 반발이 거셌다.

금융위원회 가이드라인에 따라 성과연봉제 도입 압박을 받고 있는 금융노조 산하 7개 금융공기업지부(기업은행·산업은행·수출입은행·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자산관리공사·주택금융공사) 대표자들은 이날 무대에 올라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결의를 밝혔다.

국책기관노조협의회 의장인 김상형 자산관리공사지부 위원장은 "정부가 노동자에게 원하는 건 더 나쁜 근로조건에서, 더 많은 일을 시키고, 더 쉽게 해고하는 것"이라며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달 28일 산별중앙교섭 결렬을 선언한 금융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하는 등 총파업 수순을 밟고 있다. 이날 본대회에 앞서 열린 금융노조 사전결의대회에서 김문호 위원장은 "9월 총파업까지 흔들리지 말고 투쟁하자"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 복지 축소·임금피크제에 이어 성과연봉제까지 강요받고 있는 공공기관 노동자들은 폭발 일보 직전이다. 현장에서 만난 박기영 노동부유관기관노조 고용정보원지부 위원장은 "정부가 나서 불법을 종용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고용정보원은 2008년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가 2014년 12월 폐지했다. 노사가 성과연봉제 폐해에 공감한 결과다. 그런데 지난달 27일 고영선 고용노동부 차관이 노동부유관기관장들을 소집하자 사측이 이튿날 규정심의위원회를 열어 '성과연봉제 시행규칙'을 일방적으로 통과시켜 버렸다. 박기영 위원장은 "사측이 노조 동의 없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면 불법이라는 법률검토까지 받아 놨는데도 노동부가 한마디 하자 불법을 강행했다"며 "어처구니가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이날 무대 옆에서는 한국노총 중앙법률원이 '쉬운 해고 지침·취업규칙 회사 마음대로 변경 지침' 대응 헌법소원 청구인단 모집을 홍보했다. 장진영 변호사는 "성과연봉제만큼이나 2대 지침(공정인사 지침·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지침)도 현장 파급력이 심대한 만큼 5월27일까지 2대 지침으로 기본권이 침해된 노조·조합원·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헌법소원 청구인단을 모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년 새 더 멀어진 한국노총-새누리당

정부·여당을 성토하는 노동계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던지 이날 대회에는 새누리당에서 임이자 비례대표 당선자를 제외하고는 한 명도 오지 않았다.

한국노총은 올해 정치인들에게 공식적으로 참석을 요청하지 않긴 했지만 그래도 1년 전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김무성 당시 대표를 비롯한 현직 의원들이 대거 참석해 한국노총 달래기에 나섰던 지난해 노동자대회를 감안하면 1년 새 더 멀어진 새누리당과 한국노총 간 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김기준 의원과 한정애·이용득 당선자, 정의당 노회찬 당선자가 참석했다.

노회찬 당선자는 "박근혜 대통령은 김동만 위원장을 비롯한 지도자들과 즉시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고, 한정애 의원은 "대통령과 국무위원, 공공기관 임원들부터 성과평가를 해 보자"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김기준 의원은 "정부가 축제의 날이 돼야 할 노동절을 투쟁의 장으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용득 당선자는 "20대 국회에서 노동개악을 반드시 막아 내겠다"고 밝혔다.

임이자 당선자는 일부 야유에도 불구하고 "여러분들이 초청하지 않았지만 제 뿌리가 여기에 있는 만큼 (대회장에) 왔다"며 "4·13 총선과 노동자대회 현장에서 민의를 똑똑히 보고 들은 만큼 (새누리당에서도) 할 말은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노총은 이날 대회가 끝난 후 종각·광교를 거쳐 청계천 한빛광장까지 가두행진을 벌였다. 노동개악의 부당성을 알리는 대시민 선전전을 병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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