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시설관리단이 현장직원 교육시간에 노조 탈퇴를 압박한 교육담당 중간관리자를 조사하고도 별다른 조치 없이 교육업무에 복귀시켜 논란이 일고 있다. 우체국시설관리단은 우체국 같은 우정사업 기반시설물을 관리·운영하는 기관이다.

"민주노총 씨 말린다" 교육 뒤 노조탈퇴 잇따라

20일 시설관리단과 공공운수노조 우체국시설관리지회(지회장 박정석)의 말을 종합하면 시설관리단은 부당노동행위 여부 조사를 위해 지난 7일 대기발령을 한 전북지역 경비지도사 A씨를 18일 업무에 복귀시켰다. 경비지도사는 담당지역 우정시설을 돌며 현장직원(미화원·경비원·기술원)을 교육·관리하는 업무를 한다.

지회가 이날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24일 전북 고창군에서 열린 현장직원 대상 법정교육시간에 "요만한 구멍에 댐도 무너지는 건데 그전에 그거(노조) 와해시키려 한다"며 "전라북도엔 한 명도 없을 거다. 민주노총 씨를 말릴 거고 나를 따르는 경비지도사들과 함께 전국의 민주노총 씨를 다 말릴 거다"고 말했다. A씨는 "여기 계신 분들이 나한테 충성해 줬으면 좋겠고 그렇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노조 없던) 옛날로 돌아가고 싶어서 내가 3개월 동안 발악하고 있는데 (직원들이) 겁을 먹었다면 그나마 성공한 것"이라며 "내가 (전북지역 우정시설을) 반 정도 다녔는데 효과가 60% 나온다"고 주장했다. A씨는 "본사는 내가 민주노총 와해시켜 준다고 하면 좋아할 것"이라며 "보너스 달라고 해서 회식 한번 할까"라고도 했다.

한 직원이 "(A씨 말에) 심적 압박을 느낀다"며 "노조 관련된 것은 자체적으로 판단하자"고 하자 A씨는 "이 시간 이후로 서로 상의하지 말고 개인적으로 판단하라"고 압박했다. A씨는 이외에도 지회장을 향해 "권역부장(경비지도사)과 직원 간 이간질시키고 다니는 놈(이) 개새끼 아니면 뭐냐"고 인신공격성 발언을 했다.

실제 전북지역 조합원 70여명 중 5명이 같은달 갑자기 노조를 탈퇴했다. 한 조합원은 지회에 "우리는 지도사(A씨) 안 왔으면 (지회) 탈퇴를 안 했지"라며 "6시간 동안 탈퇴하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했다"고 말했다.

시설관리단, 1주일 만에 대기발령 해제

지회가 이와 관련해 문제를 제기하자 시설관리단은 지난달 31일 A씨를 조사하기로 했다. 그러나 시설관리단은 A씨를 이달 7일 대기발령한 것 외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대기발령도 1주일 뒤인 15일 끝냈다. 시설관리단은 A씨가 업무복귀한 뒤에도 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시설관리단 경영지원팀 관계자는 "핵심조사는 마쳤지만 공식 조사 결과가 나온 건 아니다"며 "일단 대기가 길어지면 경비지도사 교육업무에 차질이 있기에 복귀시킨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A씨 행위는 부당노동행위로 보이고, 어쨌든 주의를 시킬 필요성은 있는 것 같다"면서도 "향후 처분은 징계위원회 소관이라 당장 말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박정석 지회장은 "A씨가 복귀 후 복수노조에 가입하면서 지역 조합원들이 더욱 불안에 떨고 있다"며 "본사가 노조탄압 당사자를 그냥 현장에 복귀시키는 건 가해자와 피해자를 같은 데 두는 꼴이며 결국 노조를 탄압하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한편 시설관리단은 지난해 1월 노조간부 3명을 본사로 대기발령하고 독방에 대기시켜 노조탄압 논란을 일으켰다. 최근에는 직원들에게 집단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어기면 해고가 가능하다는 내용의 취업규칙 변경안 동의서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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