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최저임금연대 구성원들이 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2017년 적용 최저임금 1만원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올해 최저임금 협상은 지난해와 비슷한 흐름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계가 최저임금 1만원을 앞세워 대폭 인상을 요구하고 경영계는 이에 맞서 동결을 주장하면서 인상 폭을 최대한 낮추려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저임금 협상을 경제민주화와 연계하려는 노동계 전략과 인상률 논의를 제도개선 논의로 흐름을 바꾸려는 경영계 전략이 초반부터 맞부딪칠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 누가 언제 결정하나=최저임금은 노동계·경영계·공익(전문가) 각 9명씩 모두 27명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 위원들이 심의를 통해 결정한다. 위원은 고용노동부 장관이 제청하면 대통령이 위촉한다.

한국노총·민주노총과 한국경총을 포함한 경제단체 임원·간부들이 주되게 위원을 맡았다. 지난해부터는 소상공인연합회·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와 청년유니온·한국비정규노동센터 같은 최저임금 당사자 노사단체들이 참여했다.

올해는 일부 위원이 개인적 사유로 사퇴하면서 경영계에서는 김문식 한국주유소협회장(소상공인연합회 부회장)과 박열규 남부아스콘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이, 노동계에서는 안현정 홈플러스노조 부산지부장과 박대수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권영덕 섬유유통노련 위원장이 위원으로 새롭게 위촉된다.

심의 기간은 노동부 장관이 요청한 날부터 90일 이내다. 이기권 장관은 지난달 30일 최저임금위에 심의를 요청했다. 노·사·공익위원들은 6월28일까지 최저임금을 의결해야 한다.

최저임금위 관계자는 “이달(4월)에는 사업장 방문에 이어 생계비전문위원회를 열고 5월에는 임금수준전문위원회를 개최해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기초자료를 마련하는 활동을 진행한다”며 “노사위원들이 인상률을 제시하고 본격적인 협상에 나서는 시기는 6월 초께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8.1% 상승, 올해는?=지난해에는 노동자위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사용자위원들과 공익위원들이 올해 최저임금을 시급 6천30원으로 정했다. 지난해보다 8.1%(450원) 인상했다. 최저임금 인상률은 이명박 정부(2008~2011년) 때 연평균 5.0%로 가장 낮았고 노무현 정부(2003~2007년) 때 10.6%로 가장 높았다.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해외 선진국들이 최저임금 인상을 주도하고 있는 데다, 총선을 앞둔 국내 정치권도 모두 최저임금 인상을 공약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노동자위원인 이정식 한국노총 사무처장은 “지난해에도 인상 열풍이 거셌지만 실제 인상률은 한 자릿수인 8.1%에 그쳤다”며 “방심하지 않고 협상에 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처장은 “사회 양극화 완화 차원에서 경제민주화 문제도 적극 제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최저임금 협상은 저임금 노동자 보호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양극화한 부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를 논의한다는 측면에서 사회적 협상으로 파악해야 한다”며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 실효성 있는 제도로 정착하려면 지급 주체인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이 처한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하는 방안도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경영계는 경기 침체에 따른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의 어려움 가중을 논리로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경영계는 지난해 최저임금 동결(5천580원)을 주장하다가 협상 막판에 액수를 조금씩 상향하는 수정안을 제시하는 식으로 협상을 진행했다. 경영계가 지난해 최종 제시한 수정안은 5천715원이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나 업종별 차등적용 같은 제도 개선안도 지속적으로 제기할 예정이다. 노동계는 경영계가 주장하는 제도개선안이 최저임금을 사실상 낮추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동욱 경총 기획홍보본부장은 “최저임금과 관련한 여론이나 정치권 동향을 상세히 살피고 있다”면서도 “경기 침체에 따른 영세기업들의 어려움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 최저임금 15달러 운동 3년6개월 만에 대선 공약으로
우리나라 최저임금 1만원 총선 공약으로 떠올라


미국 민주당 유력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최근 미국 주요 대도시에서 잇따르고 있는 시급 15달러 인상 소식에 “적극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급 15달러는 너무 높다며 12달러를 적정 수준으로 제시했던 기존 입장을 전향적으로 바꾼 것이다. 미국 민주당의 또 다른 대선후보인 버니 샌더스는 선거 초부터 최저임금 15달러를 공약했다. 미국 연방정부가 정한 최저임금(7.25달러)의 2배 수준이다.

미국에서는 최저임금 인상 열풍이 불고 있다. 지난해 말 뉴욕주에 이어 지난달 30일에는 캘리포니아주가 최저임금을 2023년까지 시간당 15달러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로스앤젤레스·샌프란시스코·시애틀 같은 대도시들도 최저임금 15달러 인상 열풍에 동참했다.

국제식품연맹(IUF)과 전미서비스노조(SEIU)는 2012년부터 최저임금 15달러 캠페인을 벌였다. 그해 11월 200여명의 패스트푸드 노동자들이 뉴욕 맥도날드 매장 앞에서 시위를 벌인 것을 시작으로 지난 3년6개월 동안 미국 주요 150개 도시에서 15달러 운동이 진행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최저임금 1만원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노동계는 지난해 처음 최저임금위원회 공식 요구안으로 최저임금 1만원을 제시한 데 이어 올해도 이 요구를 유지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노동당 같은 야당들은 앞다퉈 최저임금 1만원 실현을 공약했다. 새누리당도 “근로장례세제(EITC)를 활용해 그런 효과가 나도록 하겠다”는 말로 애초 약속을 뒤집긴 했지만 최저임금을 9천원 수준까지 올리기로 했다.

미국과 비슷한 시기인 2012년 12월, 우리나라에서는 당시 18대 대선에서 무소속 후보로 출마한 청소노동자 김순자씨가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후 알바노조·최저임금연대 같은 청년·최저임금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요구가 확산했다. 그로부터 3년6개월 만에 야당의 대표적인 공약이 됐다. 내년 대선에서는 어떨까.

노동계 한 관계자는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은 저임금 노동자 소득확대와 사회 양극화 해소 차원에서 정치권에서 계속 회자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내년 대선으로 가면 여야 모두의 공약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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