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은호 한국노총 홍보선전본부 국장

인류 최초의 거짓말을 한 이는 다름 아닌 하느님이었다는 실로 무엄한 주장이 있다. 하느님이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먹을 것이라고 알고도 그들에게 "절대 먹어서는 안 된다"고 얘기했다는 것이다. 만약 하느님이 그 사실을 몰랐다면 그의 '전지전능함'이 의심받을 수 있기에 틀림없이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말이다.

오늘은 만우절이다. 가벼운 장난이나 그럴듯한 거짓말을 해도 웬만하면 용서가 되는 날이다. 하지만 일상이 만우절이 된다면 그것은 좀 곤란하다. 거짓과 진실을 구분할 수 없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며칠 전 동아일보의 보도는 보수언론이 얼마나 거짓말을 그럴듯하게 하는지 보여 준 사례다. 이 신문은 '평균연봉 9천700만원 노조, 92일 정치파업의 끝은?'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호객행위를 시작한다.

한국노총 화학노련 소속인 KPX케미칼노조는 지난해 12월10일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매출이 줄면서 회사측은 호봉제 폐지, 임금피크제 도입, 신입사원 초임 삭감, 기본급 동결 등 임금과 관련된 종합삭감세트를 제시했다.

파업이 길어지게 된 원인은 회사측의 불성실한 교섭 태도에 있다. 노조의 수정안을 모두 거부한 회사는 법원에 쟁의행위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으나 기각됐다. 이 과정에서 법원이 제시한 중재안도 사측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동아일보의 기사는 이러한 사실에 대해서는 '원칙적 대응'이라며 회사 손을 들어주고 오히려 노조 파업을 정치파업으로 몰고 간다. 동아일보가 노조 파업을 정치파업으로 규정한 근거는 집회에 상급단체 간부들이 참석해 "단위사업장 투쟁을 넘어 정부의 노동개악 정책에 맞서는 투쟁"이라고 발언했다는 것이다. 이 발언으로 KPX케미칼노조 파업은 노동개혁 투쟁의 상징이 됐다고 기사는 분석한다.

노동조합 상급단체의 가장 큰 역할 중 하나가 쟁의사업장에 대한 지원이다. 개별 노동자가 회사를 상대로 싸우기 어렵기 때문에 노조를 만들 듯이 노조 역시 그러한 도움을 받기 위해 상급단체에 가입한다. 동아일보가 기사에서 지적한 발언은 어느 집회에서나 나올 수 있는 흔한 발언이다. 오히려 발언 하나로 정치파업이 되고 투쟁의 상징이 될 수 있다면 노조로서는 기뻐해야 할 일이다. 기사는 당시 노사정 대타협과 관련한 노정갈등 상황을 엮어 ‘정치파업’으로 연결시키려 했지만 그것은 억지에 가깝다.

동아일보는 고용노동부 관계자 입을 빌려 "정치파업에 대한 책임을 그 누구도 지지 않는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했다.

상급단체 간부가 파업 사업장을 지원하다가 손해배상 청구를 당하고, 구속된 예는 수도 없이 많다. 상급단체는 그렇게 책임을 진다. 이참에 보수언론이 쏟아 내는 모든 기사에 기자들은 얼마나 책임을 지고 있는지 묻고 싶다. 혹시나 하느님의 전지전능함으로 모든 사안들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 분명한 것은 적어도 노동조합 간부들이 갖고 있는 책임감은 기자들의 펜대보다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이다.

이뿐 아니다. 얼마 전 보수언론은 노동부가 내놓은 대기업 단체협약의 이른바 고용세습 관련 보도자료를 일제히 받아쓰기했다. 이들에게 실제 적용 여부 같은 팩트 확인은 중요하지 않았으며 노동조합에게는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마지막으로 거짓말과 관련한 우스갯소리 하나 더. "1 더하기 2는 5"라고 믿어 온 미개한 부족이 있었다. 학자들은 오랜 연구 끝에 "1 더하기 2는 3"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러자 부족의 대표자는 "이 사실이 알려지면 그동안 5라고 믿어 온 국민이 혼란과 충격에 빠질 것"이라며 "1 더하기 2는 4"라고 선포한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국민을 속이고 여론을 호도하는 것은 정부와 수구 보수언론이다.

한국노총 홍보선전본부 국장 (labor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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