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에 큰 테러사건이 일어났다. 벨기에 브뤼셀에서다. 지난 22일 이슬람국가(IS)와 연관된 조직에 의해 벨기에 자벤뎀 공항과 말베이크 지하철역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해 31명이 숨지고 270여명이 다쳤다. 브뤼셀 테러범 중 한 명은 지난해 12월 파리 테러에 쓰인 폭탄을 제조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이런 연결고리가 확인되면서 추가 테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파리와 브뤼셀 테러 배후조직을 분쇄하고 있으나 위협은 여전히 크다”고 말했다.

한편 브뤼셀 테러범들이 핵시설 공격을 고려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벨기에 한 일간지가 보도했다. 벨기에 수사당국은 이달 24일 발생한 원자력발전소 보안요원 사망사건이 핵시설 테러 기도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12월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대형 폭탄테러 사건이 있었다. 12월13일 프랑스와 독일이 축구경기를 하고 있던 중에 축구장을 비롯해 인근 바타클란 극장, 벨 에퀴프 바, 레 칼리온 바, 프디 캄보주 레스토랑, 라 카사 노스트라 피자가게 등 여섯 곳에서 동시적으로 폭탄이 터졌다. 이 사건으로 130여명이 사망했고 180여명이 부상했다. 당시 그에 대한 대응으로 올랑드 대통령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프랑스에서는 테러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지난해 1월7일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사무실이 공격당했고, 다음날인 8일에는 파리 남부 몽루즈에서 자동소총으로 여성경찰관 1명이 사살됐다. 같은달 9일에는 파리 동부 유대 식품점에서 인질극이 벌어져 인질 4명이 숨졌다.

도버해협 건너 영국도 무풍지대가 아니다. 2005년 7월7일 런던에서 아침 출근시간에 알 카에다의 공격으로 추정되는 폭탄테러가 발생해 50여명이 사망하고 700여명이 다쳤다. 2004년 3월11일에는 스페인 마드리드 기차역에서 동시다발 폭탄테러가 일어나 200여명이 숨지고 1천200여명이 부상했다.

또한 2014년 12월 호주 시드니 도심의 한 카페에서 인질극이 벌어져 인질 2명과 인질범 1명 등 3명이 사망했다. 범인은 이른바 ‘외로운 늑대’라고 불리는 자생적 테러리스트로 알려졌다. 캐나다에서도 2014년 10월22일 국립전쟁기념관 무명용사의 묘를 지키던 병사를 살해하고 국회의사당까지 가서 총기난사를 한 사건이 일어났는데, 범인은 사건 직전 이슬람으로 개종한 캐나다 출신 자생적 테러리스트로 전해졌다.

총기사고로 악명을 떨치는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2001년 9월11일 일어난, 두 대의 비행기에 의한 뉴욕 무역센터 쌍둥이빌딩 폭파사건은 워낙 유명해서 긴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그 이후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테러방지를 위해 애국법을 제정했으며, 국토안보부를 만드는 등 테러에 철통같이 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다. 지난해 12월6일 로스앤젤레스 동부 샌버나디노에서 무슬림 부부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했는데, 이 사건은 자생적 테러리스트의 행위로 추정되고 있다.

9·11 사건 당시만 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은 테러가 이처럼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테러와의 전쟁이 국가의 주요 임무가 될 줄 미처 몰랐다. 알 카에다라는 조직과 오사바 빈 라덴이라는 인물에 대해서도 그 사건을 통해 처음 들었다. 하지만 그 후 십수 년이 지난 이제는 한국에서도 ‘테러’와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말이 제법 귀에 익숙해졌다. 앞에서 열거한 여러 나라에서 발생한 테러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대개 무슬림과 관련이 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한국에서는 최근 테러방지법이 이와 다른 이유로 제정됐다. 북한인권법과 한 묶음으로! 정의화 국회의장은 지난달 23일 “북한 등의 테러위협 정보가 있음에도 국회의 테러방지법 처리가 지연되는 것을 국가비상사태로 판단한다”며 테러방지법을 직권으로 상정했다. 그러나 그는 여태 북한의 테러위협 정보가 무엇인지 밝히지 않고 있다. 또 북한은 2008년 미국이 지정한 테러지원국가에서 해제됐다. 그러므로 북한의 테러위협 운운하는 법 제정이유는 정당성이 없다. 법 제정에 반대해 들어간 필리버스터를 "표 떨어진다"고 중단시킨 야당도 똑같다.

그러면 무슬림은 왜 테러의 대명사가 됐는가. 도덕적으로 테러가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과 더불어 이 지점도 함께 물어야 한다. 근대 자본주의가 생성하던 ‘원시적 축적’ 시대부터 발칸·중앙아시아·중동, 북·서아프리카 등 서구 주변지역 무슬림들은 서구 자본주의의 침략·지배·수탈의 주된 사냥터였다. 인간사냥까지!

지금도 역시 그러하다. 사람을 죽이는 행위가 어찌 정당하겠는가. 그러나 법에도 정당방위라는 것이 있듯이 자기 자신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타인을 죽이는 것에 대해 무조건 부당하다고 낙인찍을 수 있겠는가. 침략세력의 책임자급 인물에 대한 죽임은 정당하지만 그렇지 못한 일반 사람을 무차별적으로 죽이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하면 균형 잡힌 것이 될까.

이제 인류는 이 역사적 문제를 일단락 지어야 할 때가 됐다. 무차별적으로 서구 백인을 죽이는 무슬림 테러가 부당하다면, 무차별적으로 무슬림을 죽이는 서구 백인들의 침략·지배와 수탈도 부당하다. 후자의 종식 없이 전자의 종식만 외치는 것은 정의가 아니다.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seung742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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