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호동 노동자투쟁연대 대표

1970년 전태일의 분신사망을 계기로 운동에 자신의 삶을 온전히 바친 사람. 71년 교련반대와 부정부패 규탄 투쟁, 73년 10·2 학생투쟁과 민청학련 투쟁 주동, 80년 서울의 봄 투쟁, 노동현장에서 대중조직과 정치조직 활동으로 끊임없이 저항의 삶을 이어 온 사람. 올해 일흔의 나이에도 변함없이 공부하며 변혁적 실천에 골몰하는 운동가 정윤광.

한국전쟁이 끝난 이듬해 초등학교에 진학했던 정윤광은 ‘가난이 없는 사회, 모두가 고루 잘사는 사회’를 동경했다. ‘과학과 예술이 조화된 이상사회‘를 꿈꾸던 소년은 부산고를 1년 만에 자퇴하고 고졸검정고시를 통해 66년 서울대 문리대 철학과에 진학한다. 대학 2학년이던 67년 집회에서 “박정희 정권이 3선 개헌을 한다면 목숨 걸고 싸우겠다”고 발언한 후 군대에 갔다 오니 이미 3선 개헌이 돼 있었다. 독재정권에 저항하는 활동을 본격화하면서 전태일의 분신투쟁에 동참한 후 “노동현장으로 가자. 노동자가 조직돼야 역사를 바꿀 수 있다”며 자연스럽게 노동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73년 서울대 문리대 데모를 주동하고, 74년 4월 유신철폐 민청학련 투쟁 주동자로 20년 징역과 20년 자격정지를 선고받았다. 10개월간의 수감생활을 하고 75년 2월25일 형집행정지로 출소했다. 제적된 상태에서 구로동에 있는 화성보일러제작소에 취업해 용접·제관·배관 일을 하다가 79년 부산파이프에 취업해 85년까지 다녔다. 서울지하철 3·4호선 개통을 앞두고 보일러 기술자 특채에 합격하게 된다. 나중에 신원조회 결과가 통지되자 한바탕 소동이 일었지만 단호하게 대응해 위기를 넘기게 된다. 이후 서울지하철노조를 설립해 현장활동을 본격적으로 전개했다.

89년 서울지하철노조 3대 위원장에 당선돼 유명한 서울지하철 3·16 파업을 주도했다. 정권의 모진 탄압을 극복하며 돌입한 파업의 핵심요구는 직제개편이었다. 직제개편은 차별적인 직급체계를 통일하려던 당시 지하철 노동자들의 숙원과제였다. 정윤광은 파업투쟁을 준비하면서 구속되기 전에 미리 두가지 중요한 결정을 했다. 해고자 생계비 지원건과 2선 집행부 구성 건을 사전에 결정한 것이다. 다른 노조에서 모범으로 본받았다. 구속된 그는 1년8개월의 수감생활을 한 후 90년 11월 출소해 위원장 임기를 마친다.

91년 봄 공동투쟁을 위해 대기업노조연대회의 수련회를 개최했는데, 참석자 70여명 전원이 연행됐다. 2월11일 출소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세 번째 구속된 것이다. 같이 연행됐던 한진중공업노조 박창수 위원장의 죽음으로 인해 힘겨운 감옥생활을 하다 92년 8월23일 석방됐다.

감옥에서 나온 정윤광은 93년 출범한 전해투(전국구속수배해고노동자원상회복투쟁위원회) 초대의장과 전지협 사무처장을 맡아 전노협 활동을 전개하며 민주노총 창립에 핵심적으로 기여했다. 민주노총 출범 후 98년 2대 집행부 정치위원장을 맡아 활동했으며 99년 8월부터 민주노동당 창당추진위원회 조직위원장을 맡아 2000년 1월 민주노동당 창당에 기여했다. 같은해 4·13 총선에 노원을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했다. 2001년 민주노동당 공공부문 민영화저지특별위원장 시절에 발전노조 초대위원장이었던 필자와 만나 투쟁 경험을 공유하며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정윤광은 이후 두 번에 걸쳐 민주노동당 대표에 출마하며 노동정치에 주력했다. 2003년에는 14년 만에 서울지하철에 복직해 퇴임할 때까지 민주노조를 위해 헌신했다.

2005년 6월 자신의 삶과 투쟁을 책으로 엮어 <저항의 삶, 내가 살아온 역사>라는 책을 발간했다. 정년퇴임하는 정윤광을 위해 사외에서 별도 퇴임식이 열렸다. 그의 치열했던 운동 역정을 존경하는 필자를 포함해 많은 동지들이 함께했다. 신산했던 노고를 뒷받침한 가족들에게 참석자들이 뜨거운 박수를 보내며 운동가 정윤광의 인생 2막을 응원했다.

퇴임 이후에도 그는 변함없이 변혁적 실천을 위한 왕성한 노력을 경주하며, 경상대 대학원 정치경제학과 석사에 이어 박사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오랜 실천 활동에 이론을 벼리는 그의 목표는 변함없이 자본주의체제를 극복한 새로운 사회건설이다. 정윤광. 치열했던 50년 저항의 경륜을 기록한다. 실천과 이론적 접목의 성과를 주목하며.

노동자투쟁연대 대표 (hdlee2001@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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