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의료원 폐업사태에 이어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를 겪으면서 공공병원 필요성은 계속 환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지자체가 공공병원 경영개선에 중점을 두면서 공공의료정책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보건의료노조와 김용익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주의료원 폐업방침 발표 3년, 공공의료 강화의 길을 찾는다'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2013년 수익악화 문제로 홍준표 경남도지사로 인해 폐업이 결정된 진주의료원 사태를 거울 삼아 지방의료원의 공공적 역할과 바람직한 발전방안을 모색하는 취지로 마련됐다.

앞에선 공공의료 지원, 뒤에선 구조조정?

나영명 노조 정책실장은 "진주의료원 폐업 이후 다양한 공공의료 지원대책이 나왔으나 한편으로 이에 역행하는 구조조정 정책이 강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진주의료원 폐업 이후 지방의료원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지방의료원법)과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공공보건의료법)이 개정되면서 공공보건의료사업 보장·지원 근거가 마련됐다. 정부의 의료인력 인건비 지원금은 2013년 5억원에서 지난해 55억원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는 지방의료원 적자개선을 이유로 매각·폐쇄·민간위탁·구조조정 압박과 평가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지방의료원은 지역거점 공공병원 운영평가와 공공기관 경영평가, 지방의료원 경영진단, 감사원이나 지방의회 감사를 받는다. 문제는 각종 평가가 보수·복리후생·노사관리를 평가하며 공공의료사업 수행보다 수익성 개선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2014년 시행된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지방출자출연법)은 지방의료원이 경영진단을 실시해 임원 보수 삭감과 해임·인력조정·기관 해산과 민영화를 추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나영명 실장은 "지방출자출연법이 통과된 뒤 지방의료원에서 정관과 인사·보수규정 개정, 단체협약 개악 압박이 거세졌다"고 토로했다.

불법 취업규칙 변경·임금삭감·노사갈등 잇따라

예컨대 강원도는 2014년부터 도내 5개 지방의료원에서 경영혁신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경영혁신대책에는 성과연봉제를 골자로 하는 원장 책임경영체계와 경영·인사권을 침해하는 단체협약과 감사원 지적을 받은 규정 정비, 고효율 저비용을 위한 기능별 정원제가 담겼다.

김영수 노조 강원지역본부 조직국장은 "인구가 적어 의료수익이 낮은 지역 특성하에서 경영혁신대책은 불법적인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단체협약 위반, 각종 수당 삭감 같은 노동자 쥐어짜기로 이어졌다"며 "불법인 걸 알면서도 시행하고, 노조와 법적 다툼을 벌이더라도 대법원까지 가라는 게 강원도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강원본부에 따르면 원주의료원은 지난해 단체협약으로 정한 월 소정근로시간을 184시간에서 209시간으로 일방 변경했다. 영월의료원은 최근 가족수당을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노사관계는 악화일로다.

반면 수익개선을 목표로 1998년 원광학원에 위탁된 군산의료원은 방만경영 논란 끝에 2014년 전라북도 직영으로 전환했다. 민간위탁 기간 동안 부채는 98년 148억원에서 2013년 422억원으로 급증했다.

노사갈등도 계속됐다. 병원측이 인사고과에 상대평가를 적용한 2010년 조합원수는 157명으로, 2009년(314명)에 비해 반토막 났다. 유운재 노조 군산의료원지부장은 "직영화 후 임금인상·노사관계 안정· 포괄간호서비스병동 같은 공공서비스 확대가 이뤄졌고 의료수익은 2013년 409억원에서 지난해 422억원으로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익 중심 운영이 병원 운영을 악화시켰다는 반증"이라고 강조했다.

수익평가 이전에 공공의료정책부터

나영명 실장은 "공공의료 강화에 역행하는 단기적 수익 중심 정책을 전면 수정하고 지방의료원 적자 원인을 명확히 규명해 불가피한 공익적 적자는 지원하는 한편 인력 등 공공의료사업 지원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승연 인천시의료원장은 "정부가 보건복지부 소속이 아닌 대부분의 공공병원을 어떻게 컨트롤할지 대책을 갖고 있지 않은 데다, 공익적 적자에 대한 실질적 재정지원부문에서는 아직 성과가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공공병원을 목적에 맞게 운영하려면 정부가 실질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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