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산업 노사가 올해 산별중앙교섭을 앞두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는 5년 만에 처음으로 대표자총회를 열어 성과주의 임금체계 개편을 교섭안건으로 확정하고, 전례 없이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태스크포스(TF)도 조만간 꾸린다. 이에 대해 금융노조(위원장 김문호)는 "정부가 압박하니까 보여 주기 퍼포먼스를 한다"고 평가 절하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회장 하영구)는 다음달 초 호봉제 폐지와 성과연봉제 도입, 신입사원 초임 삭감, 저성과자 관리를 위한 인사제도 개편을 논의하기 위해 사용자측 TF를 구성·발족한다. 사용자협의회 관계자는 "TF 구성은 이달 초 회원사 대표자총회 결의사항"이라며 "노사공동 TF 구성이 더뎌지면서 사용자측부터 먼저 만들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TF에는 산별교섭 대표기관 임원과 부서장이 참여할 예정이다.

사용자협의회는 지난 19일 금융노조에 금융권 성과연봉제 도입과 초임 조정방안을 비롯한 현안을 논의하자며 대대표(위원장-회장) 교섭을 제안했다. 이달 중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한 금융산별 노사공동 TF 출범도 요구했다.

금융노조는 "일체 대응하지 않겠다"며 공문접수는 물론 입장 표명도 거부했다. 노조 관계자는 "어차피 교섭 자리에서 풀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대대표교섭을 요구하는 건 정부에 뭘 보여 주겠다는 의도"라며 "대응할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문호 위원장도 25일 산업은행지부 대의원대회에 참석해 "산별교섭 전에 사용자단체가 먼저 교섭을 요청한 건 수년 만에 처음"이라며 "호봉제 폐지와 성과연봉제 도입, 신입직원 초임 삭감을 하자는데 받아들일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노조는 임단협 준비에 매진하고 있다. 사용자측 성과주의 임금체계 개편 요구와 정부가 발표한 2대 지침(공정인사 지침·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지침) 대응에 주력할 계획이다. 노조는 다음달 전체 상임간부 워크숍(3~4일)과 지부대표자 워크숍(17~18일)을 거쳐 중앙위원회(24일)에서 요구안을 확정한다. 중앙위 개최 직후 사용자협의회에 노조 임금·단체협약 요구안을 전달하고 4월7일 첫 교섭을 요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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