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노동 5대 입법 중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개정안은 중장기 논의과제로 미루고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개정안 처리에 주력하기로 한 가운데 파견법 개정안 파급효과를 놓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중소·중견기업만 뿌리산업 파견한다고?

주요 논란거리 중 하나는 용접·금형·주조 같은 뿌리산업에 파견을 허용할 경우 그 영향이 대기업까지 미치는지 여부다. 노동계와 전문가들은 대기업 직접생산공정까지 파견이 확대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이를 부정한다. 노동부는 14일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뿌리산업 파견은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대기업 직접생산공정까지 확대되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뿌리산업 기업의 99.7%는 300인 미만 규모다. 노동부는 또 “뿌리산업 파견허용은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이 요구한 것으로 대기업과는 무관하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노동부의 이런 주장은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노동계와 전문가들은 대기업들이 기존 사내하청을 파견으로 사용하는 편법을 쓸 것으로 보고 있다. 사내하청업체가 직접고용했던 직원들을 파견직으로 바꾼 뒤 파견노동자들을 대기업 공장 안에서 근무하게 한다는 것이다.

완성차 소재공장·조선소·제철소 '편법파견 사각지대'

<매일노동뉴스>가 이날 입수한 정부의 ‘2014년 뿌리산업 기업 명단’을 보면 2만7천141개 기업에 주요 대기업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은 통째로 뿌리산업 기업으로 분류돼 있었다.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소재공장과 현대차에 부품을 납품하는 현대위아·현대모비스도 뿌리산업 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조선산업에서는 현대미포조선, 철강산업에서는 현대제철 당진공장과 포스코 포항·광양제철소가 뿌리산업 기업으로 분류됐다.

물론 이들 공장 전체가 뿌리산업이라는 뜻은 아니다. 이들 공장에서 이뤄지는 주조·금형·소성가공·용접·표면처리·열처리 기술을 활용한 업무 또는 이들 기술에 활용되는 장비제조 업무만 해당한다. 예컨대 현대차나 기아차 공장에는 엔진주물작업(주조기술 사용)을 하는 소재사업부(공장)와 소재부서가 있다. 이곳에서 주조업무를 하는 사내하청업체들이 기존 직원들을 파견직으로 전환해 원청공장 안에서 계속 일을 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기아차 광주공장의 경우 소재공장 안에서 1개 사내하청업체 노동자 20여명이 일한다. 국내 최대 완성차 공장인 현대차 울산공장의 소재사업부는 뿌리산업 기업 명단에는 없었지만 4개 사내하청업체 노동자 200여명이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제철 당진공장을 포함한 제철소에서도 압연 같은 소성가공 공정에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투입돼 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대기업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파견직이 되면 임금이 감소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회사는 불법파견 혐의를 벗게 된다”고 비판했다.

지도·감독한다던 노동부, 뒤늦게 “방지법안 검토”

이런 가능성을 노동부도 부정하지는 않았다. 노동부는 지난해 새누리당이 파견법 개정안을 발의한 뒤 이 같은 문제점이 제기되자 같은해 11월 보도해명자료와 ‘노동개혁 5대 입법 쟁점설명 자료’를 통해 적극 해명하고 나섰다. 당시 노동부는 “대기업이 외주화 방식으로 파견을 활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법이 개정된다면 다단계 하도급이나 편법적 파견사용이 방지되도록 강력히 지도·감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지도·감독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은 대기업이 편법행위를 못하도록 강제할 방법이 없다는 뜻이다. 이런 지적이 나오자 노동부는 이날 배포한 보도참고자료에서 뒤늦은 수습에 나섰다. 노동부는 “사내하도급을 통해 대기업 사업장에 파견이 확대되는 것은 절대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당정의 확실한 입장”이라며 “필요하다면 확실한 방지대책을 법안에 담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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