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의뢰를 받아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 통합 관련 컨설팅을 하는 한국능률협회가 보고서에서 전동차 정비업무를 외주화(자회사)해야 한다고 명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노동계는 "전동차 정비업무를 외주화하면 시민안전이 위협받는다"고 비판했다.

23일 서울지하철 차량 4노조 연대에 따르면 능률협회는 최근 작성한 '서울지하철 통합혁신을 위한 조직인사 분야 설계용역' 보고서에서 경정비업무를 자회사에 위탁하자고 제안했다. 능률협회는 "자회사를 활용해 효율성을 유지하면서 안전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 검토가 필요하다"며 외주화 대상에 포함시켰다.

전동차 정비업무는 경정비와 중정비로 나뉘는데, 서울메트로는 일부 경정비업무를 자회사에 맡기고 있다. 중정비와 일부 경정비를 정규직이 수행한다는 뜻이다.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일부 중정비와 경정비업무를 외주화한 상태다. 서울시가 2016년 말까지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를 통합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경정비업무를 자회사에 맡기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서울시는 "논의 과정에서 보고서를 참고자료로만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노동계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차량 4노조는 이날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는 지하철 이용시민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정비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요구했다. 한태희 서울도시철도ENG노조 전동차정비본부장은 "ENG는 서울도시철도공사 자회사인데, 공사 정규직이 받는 업무교육 등 새로운 장비에 대한 수리교육 대상에서 빠져 있다"고 말했다. 최인수 공공운수노조 서울지하철비정규지부장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협업이 이뤄지지 않고, 업무 중 사고가 발생해도 원청과 하청이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다 결국 원인규명도 하지 못한 사례가 있다"고 증언했다. 최 지부장은 서울메트로에서 경정비업무를 위탁받은 용역업체에서 일하고 있다.

이영수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은 "비정규직이 현장에서 작업 중인데도 정규직이 전기를 연결하거나, 작업 중 전동차를 움직이게 해서 비정규직이 치이는 사고가 발생한 사례가 있다"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소통·정보단절로 인해 안전문제가 발생하고 있고, 이런 사례가 중복되면 전동차를 이용하는 시민들에게도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명순필 5678서울도시철도공사노조 위원장은 "통합 지하철공사는 전동차 정비를 직영화해 정비품질을 올리고 시민안전을 보장해야 한다"며 "통합 논의를 하는 노사정협의회에서 정비업무 직영화를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4노조 연대는 공공운수노조 서울지하철비정규지부·서울지하철노조 차량지부·5678서울도시철도노조 차량본부·공공운수노조 서울도시철도ENG노조 전동차정비본부가 참여하고 있다. 서울지하철노조 차량지부와 5678서울도시철도노조 차량본부 조합원은 정규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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