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국악강사인 A씨의 월평균 급여는 120만원이다. 경력 5년차지만 그동안 임금이 단 한 푼도 오르지 않았다. 수업이 끝나면 장비 점검·정돈과 청소에, 수업일지 작성과 수업보고까지 해야 하는 터라 퇴근시간을 넘기기 일쑤지만 초과근로에 대한 대가는 받지 못한다. 근로계약서상 근로시간이 '수업시간'으로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방학기간에는 계약기간이 아니라서 수입 자체가 없다. 투잡·스리잡 같은 겹벌이는 기본이다. 그래야 입에 풀칠이라도 할 수 있다. 물론 방학 때에도 수업일정을 상의하러 학교로 출근하거나 연수를 받기도 한다. 이 또한 무급이다. 예술교육가로서 가졌던 자부심과 열정은 사라진 지 오래다.

학교 예술강사들이 겪는 현실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예술인 일자리 창출사업이라던 정부의 홍보가 무색할 지경이다. 2000년 국악강사 풀(POOL) 제도로 시작된 학교 예술강사 지원사업은 올해 현재 국악·연극·무용 등 8개 분야로 확대됐다. 전국 8천216개 초·중·고교에서 4천916명의 예술강사들이 일한다. 예술강사라는 직업이 생긴 지 10년이 넘었지만 이들의 처우나 노동조건은 10년 전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했다. 되레 정부는 최근 예술강사 최대시수(강의시간)를 기존 476시간에서 28% 가량 줄인 '2016년 예술강사 지원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연평균 1천200만원에 불과한 예술강사 임금을 더 깎겠다는 것이다.

지난 1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예술강사 노동실태 개선방안 정책토론회'에서는 예술강사들의 처우개선책이 검토됐다. 실질 근로제공 실태를 반영한 근로계약을 체결하도록 강제하거나 예술강사를 정규직화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이날 토론회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안민석·도종환·박혜자·유은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같은 당 을지로위원회, 공공운수노조, 대한민국국악강사협의회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예술강사, 초단시간 노동자 아니다”=예술강사 노동실태를 진단한 우지연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는 "예술강사 표준근로계약서에 나와 있는 내용으로만 보면 예술강사들은 1주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초단시간 근로자이자 10개월 단기근로계약을 반복하는 기간제"라고 말했다. 초단시간 근로자로 분류되기 때문에 주휴일·연차유급휴가·퇴직금을 받지 못하고, 2년 이상 고용하면 정규직 전환 의무가 생기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도 적용받지 못한다. 국민건강보험에도 가입할 수 없다.

우 변호사는 "예술강사 표준근로계약서에는 근로시간이 수업시간으로 한정돼 있지만 이는 예술강사의 실질적인 노무제공실태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수업 개시 전 수업계획 수립과 자료수집 등의 수업준비, 수업 종료 후 수업일지 작성과 수업보고 같은 부수적인 업무가 필수적으로 수반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업무성격상 수업 준비에 들인 시간도 근로시간에 포함해야 한다는 얘기다.

수업 준비시간을 근로시간에 포함하면 이들을 초단시간 근로자로 볼 근거가 사라진다. 이와 관련해 대학과 계약이 만료된 시간강사에게도 강의준비와 학사행정처리 시간을 인정해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례(의정부지법 2012가단8840)도 있다.

◇“무기계약직·정규직 전환 검토해야”=예술강사는 학기가 시작되는 3월부터 학기가 종료되는 12월까지 10개월이 최대 계약기간이다. 방학인 1월과 2월은 계약기간에서 제외된다. 우 변호사는 "방학 기간에도 학교측과 수업일정을 상의하고 계획을 세우는 등 근로를 제공하고, 신규강사 의무연수나 선택연수, 평가점수 하위자 보수교육을 비롯한 각종 연수를 이수한다"며 "이를 계약기간에 포함해 실제 근로제공에 상응하는 임금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따라 "예술강사가 초단시간 근로자가 아닌 만큼 기간제법상 사용기간 제한을 적용받는다고 봐야 한다"며 "기간제 근로계약이 반복 갱신돼 2년 이상 일한 경우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 변호사는 "예술강사가 수행하는 학교 예술교육 지원업무는 상시·지속적 업무라는 점에서 예술강사 전체에 대한 무기계약 전환 내지는 정규직화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예술강사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예술강사 최대시수를 340시간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서는 "최대시수 하향조정을 통한 임금삭감"이라며 "근로조건을 저하하는 내용의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을 집단적 동의 없이 강행하는 것은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우원식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은 "예술강사에 대한 노동관련법 위반에 대해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이 조사하고 있다"며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엄정한 대처를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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