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전구 광주공장에서 발생한 집단 수은중독 사태의 주요 원인 중 하나였던 철거 고철이 평택·군산·광양지역 제철소로 유입된 것으로 드러났다. 용해 과정에서 고철에 남아 있는 수은이 기화했을 공산이 높아 노동자들의 추가 중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한정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11일 오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부가 남영전구 고철을 취급한 제철소도 조사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 의원에 따르면 광주공장 설비 철거 과정에서 237톤의 고철이 나왔다. 이날 추가로 2명을 포함해 남영전구 철거현장에서 일한 노동자 중 산업재해 신청자는 8명으로 불어났다. 이들은 한결같이 "설비를 자를 때마다 은색 물질(수은)이 흘러나왔다"고 증언했다. 고철에 수은이 남아 있었다는 뜻이다.

한 의원에 따르면 철거된 고철은 철거운반과 유통업체를 거쳐 광주의 한 업체가 압축·성형했다. 이후 평택·군산·광양 제철소로 배송됐다. 한 의원은 “배관 등에 묻은 액상 수은이 용광로에 들어가면서 기화해 공장 안에 퍼졌을 가능성이 있다”며 “제강공장 안에 있던 노동자들이 이를 흡입했을 것이고, 일부는 다시 액화가 돼 공장 안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가 광주공장에서만 진행하고 있는 역학조사 범위를 유통과 재생산 업체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의원은 2020년까지 수은취급 제품 생산을 중단하기로 한 미나마타협약과 관련해 고용노동부와 환경부의 대응이 다르다고 비판했다. 한 의원은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수은취급 제품 폐기 절차를 진행해야 하는데 노동부와 환경부가 작성한 수은취급 업체 리스트가 다르다”며 “두 부처의 지방관서들이 공조해 규격화된 절차를 만들지 않는다면 남영전구 같은 사건이 또다시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남영전구 사건으로 많은 교훈을 얻었다”며 “향후 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폐기물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업체에 전파하고 교육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기권 노동부 장관은 “철거·유통 과정에 참여한 근로자는 물론 제철소 부분도 확인해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며 “수은중독 피해자에 대한 보상절차를 제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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