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한 ‘스튜디오 사기꾼’ 대표(아래)가 중·고교 학생들이 왜곡된 역사 국정교과서에 눈과 귀를 가로막혀 있는 상황과 이에 저항하자는 메시지를 담은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연윤정 기자

박근혜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교수·법률가·청년예술가들의 반대가 이어지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달 12일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골자로 하는 중·고등학교 교과용도서 국·검·인정 구분(안)을 행정예고했다. 교육부는 행정예고 기간이 2일 끝남에 따라 3일 오전 확정고시할 방침이다.

“단일교과서로 역사 암기하는 것 원치 않는다”

조승현 방송통신대 교수(법학과)를 포함한 교수 130명과 이석범 변호사를 비롯한 변호사 474명 등 604명은 2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위헌적인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반대의견서를 통해 “한국사 국정교과서는 일제시대 말기 시행되다 해방과 함께 폐지된 뒤 유신체제하인 1974년 다시 도입됐다”며 “변화하는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 끝에 2011년 한국사가 검정교과서로 바뀌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한국사 국정교과서 폐지는 민주화의 귀중한 성과인데 이를 부정하고 다시 국정화를 강행하는 것은 독재시대 회귀를 의미한다는 비판이다.

또한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헌법은 물론 국제사회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헌법 제31조1항과 4항은 국민의 교육받을 권리와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보장하는 교육제도 법률주의를 채택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정부가 국민과 국회를 무시하고 충분한 논의 없이 장관 고시만으로 일방적으로 국정화를 추진하는 것은 헌법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올해 베트남 국가보고서에서 역사 국정교과서 제도를 폐지하라고 권고했다. 유엔은 2013년 총회에서 "하나의 역사교과서를 채택할 때 정치적으로 이용될 위험이 크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채택한 바 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우리 아이들이 단일한 교과서로 역사를 암기하는 것을 결코 원치 않는다”며 “온 나라를 찢어 놓고 국민을 갈등하게 하는 국정화 시도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국정화는 국민 표현의 자유 침해”

청년예술가들도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며 거리로 나왔다. 청년예술가네트워크(준)·한국예술종합학교 총학생회를 비롯한 19개 청년예술단체로 구성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청년예술가단체연석회의는 이날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과 퍼포먼스 한 뒤 이같이 밝혔다.

최세림 추계예대 총학생회장은 “국민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역사를 왜곡하라는 권한을 위임한 바 없다”며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즉각 중단하라”고 말했다.

소셜아티스트 홍승희씨는 “박근혜 정부 들어 예술가들의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일이 많아졌다”며 “국정화 역시 국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서 그 도를 넘어섰다”고 비판했다.

예술단체 '더 맑음' 박흥식 대표는 “친일행적자들의 자식들이 역사 퇴행에 나서는 모습을 보면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일본이 얼마나 비웃겠냐”며 “더 이상의 역사 퇴행을 멈추라”고 요구했다.

청년예술가단체연석회의는 성명을 통해 “올바른 역사인식을 바탕으로 창조적 상상력을 펼쳐 갈 청년예술가들은 역사가 권력에 의해 왜곡되는 상황을 두고 볼 수 없다”며 “역사를 현실정치 수단으로, 권력의 정통성을 미화하는 수단으로 삼는 반헌법적 시도를 중단하라”고 밝혔다.

한편 이들은 기자회견 뒤 중·고교 학생들이 왜곡된 역사 국정교과서에 눈과 귀가 가로막혀 올바른 역사인식을 제약당하는 상황과 함께 이에 저항하자는 메시지를 담은 퍼포먼스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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