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사·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하면서 정국이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고 있다. 야권은 물론 노동·시민·사회진영이 집단 반발하면서 정부와 정면충돌로 치달을 조짐이다. 노동계와 시민·사회진영이 주최하는 이달 14일 민중총궐기가 향후 정국을 가르는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3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중학교 역사와 고등학교 학국사 교과서를 국정으로 발행하는 내용의 '중·고등학교 교과용도서 국·검·인정 구분(안)'을 이날 확정해 고시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현행 역사 교과서의 좌편향을 바로잡기 위해 국정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황 장관은 "편향된 표현을 부분적으로 수정한다 해도 근본적으로 고칠 수 없다"며 "역사교육을 정상화해 국민통합을 이루기 위해 국가의 책임으로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발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역사교과서 집필진을 좌편향 인사로 규정하면서 동시에 국정교과서 모델이 친일·독재논란을 일으켰던 교학사 역사교과서가 될 것이라는 점은 노골화했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국정교과서 고시 발표 직전인 이날 오전 발표한 대국민 담화에서 "편향된 사관을 가진 사람들이 지금의 비정상 역사교과서 집필을 주도하고 있다"며 "전국 고교 중 세 학교만 교학사 교과서를 선택했고 나머지 전체 고교의 99.9%가 편향성 논란이 있는 교과서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야권은 국회 일정을 모두 보이콧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압도적 다수의 국민여론을 무시하고 불법행정을 강행하는 것, 이것이 바로 독재"라고 성토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같은날 오후 청와대 앞 공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박근혜 대통령은 유신독재 시절의 풍경만 반복 재생하는 흑백TV를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야권은 국회 본회의와 상임위원회 회의 등 국회 활동 일체를 이날부터 중단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법원에 조만간 확정고시 효력정지 신청을 내고 고시의 위헌 여부를 묻는 헌법소원을 검토하기로 했다. 여야 대치는 선거구 획정안과 예산안을 심의하는 다음달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농민·시민·사회단체는 이달 14일 예정된 민중총궐기를 역대 최대 규모로 성사시킬 계획이다. 양대 노총도 한목소리를 냈다. 민주노총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역사쿠데타 기습 작전에 맞서 이달 14일 10만명 이상의 분노한 노동자와 시민들이 정권심판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노총은 "정부가 이념적 잣대를 들이대고 계속해서 역사전쟁에 몰두한다면 국민들의 거센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공연맹은 민중총궐기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편 국사편찬위원회는 국정교과서 집필진 구성과 집필 기준을 4일께 발표한다. 역사학자 대다수가 국정교과서 집필을 거부한 상태여서 친정부 성향의 학자 중심으로 집필진이 꾸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 말부터 1년간 집필 작업을 거쳐 탄생한 국정교과서는 2017년 3월부터 교육현장에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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