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 서비스센터가 기사들의 휴게실에 몰래 녹음기를 설치해 대화내용을 엿들으려다 발각돼 파문이 일고 있다. 녹음기 발견 시점이 최근 사무실에 폐쇄회로TV(CCTV)를 설치한 직후여서 센터장이 노조 조합원을 사찰하려 한 것이라는 의혹을 샀다.

28일 희망연대노조 SK브로드밴드비정규직지부(지부장 이해조)에 따르면 충주제천서비스센터지회 조합원들은 지난 27일 오전 센터 내 기사 대기실 책상 아래에서 USB메모리 형태의 소형녹음기를 발견했다. 녹음기에는 기사들이 휴게실에서 나눈 대화 내용이 고스란히 녹음돼 있었다.

지회 신고로 출동한 충주경찰서 연수지구대에 따르면 CCTV를 확인한 결과 최아무개 센터장이 대기실 안에 녹음기를 설치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최 센터장은 경찰에 녹음기 설치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회는 "사측이 예전부터 조합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해 온 것 아니냐"고 반발했다. 최 센터장은 올해 6월부터 기사들에게 처리할 업무 간 공백시간이 20분을 넘으면 반드시 센터로 돌아와 휴게실에 대기하라고 지시했다. 여러 가입자의 집을 연달아 방문해야 하는 기사들의 불만이 높았다.

지난해 10월 위탁운영계약을 따내 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지비씨엔씨㈜가 노사관계를 악화시킨 터라 지회는 이번 사건을 예사롭지 않게 보고 있다. 업체는 센터 운영을 맡자마자 조합원 8명의 고용승계를 거부했다.

같은해 11월에는 센터 출입구와 대기실 안쪽이 모두 보이는 복도 천장과 내근직 업무공간 바로 위 천장에 CCTV를 설치했다.

고용승계가 거부됐던 조합원들은 올해 5월 노사합의로 6월부터 신규채용 형태로 복귀했으나 그 후 잇단 징계에 시달렸다. 지난달에는 센터장의 원거리 업무지시가 노사협약에 어긋난다며 항의한 조합원들이 한꺼번에 징계를 당했다.

지회 관계자는 "조합원들을 한 명씩 돌아가며 하루 종일 센터 한 구석에 벌세우듯 대기시키고, 사측이 미리 써 놓은 사유서를 내밀며 똑같이 쓰라고 했다"며 "사유서 작성을 거부하자 전원 견책처분을 내렸다"고 말했다.

한 조합원은 가입자 요청에 따라 업무장소를 이동하던 중 인근 민주노총 사무실에 들러 물을 마시고 나왔다가 '근무지 이탈'로 1개월 감봉 처분을 받았다. 이해조 지부장은 "센터가 노조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계속 갈등을 유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최 센터장은 "센터 경영이 힘든 상태인데 조합원들이 업무거부도 하고 해서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듣고 회사 정상화 방안을 고민하고자 했던 것"이라며 "나쁜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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