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공장에서 일하다 병에 걸린 노동자들이 기업측의 거부로 산업재해 현장 역학조사에서 배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따르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이 대리한 반도체공장 관련 산재신청 사건 19건 중 9건(47%)은 신청인이나 대리인이 기업측의 거부로 역학조사에 참여하지 못했다. 노동자의 질병과 사업장의 유해요인 간 상관관계를 조사하는 역학조사는 산재 승인 여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현행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산재를 인정받으려면 노동자가 재해와 업무 간 인과관계를 입증할 책임을 지게 되는 만큼 피해당사자와 그를 돕는 대리인의 역학조사 참여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삼성전자 LCD사업부 천안공장에서 일하다 만성 골수성 백혈병을 얻은 김아무개씨는 삼성전자측 거부로 본인과 대리인 모두 역학조사에 참여하지 못했다. 삼성전자 기흥공장에서 일하다 급성신부전증에 걸린 유아무개씨도 삼성전자측 거부로 대리인을 동반할 수 없었다.

공단은 2013년 요양업무처리규정을 개정해 산재 신청인과 산재보험 가입자의 요구가 있을 경우 역학조사 참여를 허용하도록 했다. 그러나 기업들은 참여 주체를 '사업주 또는 근로자대표'로 하고 있는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107조의2(역학조사의 대상 및 절차 등)를 들어 이를 거부하고 있다.

은수미 의원은 "재해 당사자나 대리인의 역학조사 참여는 직업성 질병 피해자들의 권리구제, 역학조사의 객관성과 공정성 담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며 "거부당한 사건에 대한 당사자 참여를 보장하고 법 개정도 조속히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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