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20일 "한국노총이 26일 중앙집행위원회 회의에서도 노사정 대화 복귀 결정을 하지 못하면 노동시장 개혁을 정부 계획대로 강행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대화 상대인 한국노총에 대해 도 넘은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기권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18일 극소수 공기업·대기업 중심 산별연맹에서 물리력을 행사해 논의 자체가 무산된 것은 10%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90%의 중소기업·비정규 근로자, 청년들을 외면하는 소아적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이 장관은 특히 “국회 입법 일정과 사회안전망 관련 예산편성 일정을 감안했을 때 26일까지 결정해야 한다”며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고영선 노동부 차관이 기자들을 만나 같은 취지의 말을 했는데, 이 장관은 한국노총의 복귀 시한까지 못 박은 것이다.

이런 움직임은 마치 미리 짜 놓은 각본인 듯하다. 이날 이관섭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재계와 가진 간담회에서 “한국노총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복귀 거부로 재계의 신규채용과 투자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주장했다.

지난 19일에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과격분자”라고 한국노총 조합원들을 비난한 것을 포함해 최경환 경제부총리·이인제 새누리당 노동시장선진화특별위원회 위원장까지 가세해 한국노총을 비판하고 노동시장 개혁 강행을 공언했다.

26일 중집회의를 앞둔 한국노총을 압박하는 것을 넘어 사실상 항복을 요구하는 모양새다. 한국노총이 26일 중집회의에서 대화 복귀를 결정하려면 지도부가 산별연맹을 설득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여당의 지나친 한국노총 비판은 오히려 산별연맹들의 반발만 키울 뿐이다. 특히 노사정위 복귀를 저울질하고 있는 한국노총 입장에서는 굴욕감마저 느낄 수 있다. 일각에서 “정부가 노동시장 개악을 강행하기 위해 오히려 노사정 대화를 깨고 싶어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정부와 여당 관계자들이 한국노총 지도부의 리더십 부재를 비판하는데 그들의 행동이 되레 지도부를 흔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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