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업계 국내 2위 홈플러스가 매각 과정 일체에 대해 함구하고 있는 가운데 노동계가 매각절차 공개와 고용보장을 요구했다.

민주노총과 홈플러스노조는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홈플러스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연일 언론을 통해 홈플러스 매각 문제가 보도되고 있는데도 홈플러스는 모기업인 영국 테스코로부터 ‘들은 바 없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노동자 희생과 헌신으로 성장한 기업이 노동자를 내팽개치고 비밀매각을 추진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외신에 따르면 홈플러스 대주주인 영국 테스코는 지난달 매각대금이 최소 7조원에 달하는 홈플러스 인수합병(M&A)에 돌입했다. 매각주간사인 HSBC증권은 지난달 12일 비밀유지확약서에 서명한 인수후보들에게 투자설명서를 발송했다.

노조에 따르면 홈플러스 예비입찰 결과 칼라일과 MBK파트너스·어피니티에퀴티파트너스·골드만삭스PIA·KKR 등이 예비적격업체로 선정됐다. 모두 재무적 투자자인 사모펀드다. 국내 제과업체인 오리온이 예비입찰에 참여했다가 탈락했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오리온은 기존 홈플러스 직원의 고용승계를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럴 경우 홈플러스 대주주가 챙기는 돈이 줄어든다. 홈플러스 인수전이 ‘돈 놓고 돈 먹는’ 투기자본 놀이터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민주노총은 “단기적 이윤을 추구하는 사모펀드로 매각된 기업에서는 예외 없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정리해고·먹튀행각이 진행됐다”며 “쌍용자동차에서 기술유출과 고의부도를 낸 상하이자동차, 외환은행 매각으로 5조원의 매각차익을 챙긴 론스타, 씨앤앰에서 대규모 외주화와 정리해고를 강행하고 있는 MBK 등이 대표적”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이어 “노동계와 양심적인 시민·사회단체들은 홈플러스에서 또다시 먹튀 투기자본의 행태가 재연되는 것을 지켜보고 있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테스코는 홈플러스 매각을 위한 본입찰 시한을 8월17일로 확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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