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파괴 용병 논란이 제기된 갑을오토텍 부당노동행위 혐의에 대한 검찰과 고용노동부의 수사 결과 발표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가운데 회사측이 지불한 ‘노조파괴자금’ 내역을 기록한 것으로 보이는 장부가 공개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과 금속노조 갑을오토텍지회는 익명의 제보를 통해 신규노조인 갑을오토텍기업노조가 작성한 ‘가계부’라는 제목의 장부를 입수했다고 9일 밝혔다. 기업노조는 지난해 12월 입사한 전직 경찰과 특전사 출신 신입직원들로 구성됐다.

문제의 장부를 보면 올해 5월 한 달에만 기업노조에 5천만원이 지급됐다. 회사가 지회를 약화시키기 위해 기업노조에게 노조파괴자금을 지급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새정치민주연합과 지회는 “기업노조의 장부 수입은 회사측이 노조파괴 자금을 현금으로 직접 지원한 것”이라며 “기업노조가 노조파괴자금 흐름을 숨기기 위해 불명확한 사용처의 경우 항목·세목 명칭을 바꿔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장부 지출내역에 ‘가족용돈’ 혹은 ‘시댁’ 으로 표시된 항목은 기업노조 조합원을 의미하고, ‘장 현금’이라는 항목과 ‘우 카드’라는 항목은 기업노조 위원장 성아무개씨와 사무장 김아무개씨를 각각 지칭한다는 설명이다.

갑을오토텍이 기업노조를 통해 언론에 촌지를 제공한 정황도 포착됐다. 기업노조에 우호적인 기사를 낸 언론에 5월26일 인터뷰 비용으로 110만원이 지출됐다. 해당 언론에는 기업노조 위원장 단독 인터뷰가 두 차례 보도됐다. 사실이라면 돈을 주고 기사를 산 셈이다.

해당 장부가 이날 갑자기 발견된 것은 아니다. 지회는 지난달 26일 수사기관에 5~6월치 기업노조 자금내역이 담긴 장부를 입수해 제출했다. 하지만 검찰은 갑을오토텍과 기업노조 유착관계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나서지 않고 있다. 4월 특별근로감독을 벌인 노동부 천안지청도 회사 부당노동행위 혐의에 대한 감독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과 지회는 “수사기관들의 태도를 보면 노조파괴를 목적으로 입사한 신입사원 중 일부와 지회 간부들을 노노갈등으로 묶어 처벌하고, 정작 사태의 배후이자 노조파괴를 음모한 회사측에 대해서는 솜방망이 처벌로 끝내려는 게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