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로드에서 원·하청 노사상생기금을 둘러싸고 노사갈등이 재점화하고 있다.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긴 파업 끝에 원청을 낀 하청업체 노사 3자가 맺은 상생협약은 2년도 채 안 돼 '말짱 도루묵'이 될 처지에 놓였다.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비정규직티브로드지부(지부장 이영진)는 23일 2015년 임금교섭 쟁의행위 찬반투표 결과 투표조합원 217명 중 191명(88%)이 찬성표를 던졌다고 23일 밝혔다.

무색해진 상생협약

올해 교섭 쟁점은 상생기금과 성과급이다. 원청인 티브로드는 2013년 지부와 상생협약을 맺고 기사들의 임금인상분(당시 1인당 45만원)을 상생지원금으로 직접 지급하기로 약속했다. 복리후생기금 13억원과 사회공헌기금 3억원을 협력업체를 통해 지급하는 내용도 상생협약에 들어갔다. 그런데 원청은 2014년부터 상생지원금을 협력업체에 지급하는 각종 수수료에 편입시켰다. 고정금액으로 지급하겠다던 약속도 가입자수에 따라 지급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노조는 "가입자가 줄어 수수료가 적어진 협력업체가 손실분을 노동자 중간착취로 메꾸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부 센터에서 나타난 연장근로수당 삭감이 대표적인 현상이다. 상생협약을 맺을 당시 복리후생기금과 사회공헌기금 지급건은 올해 다시 논의하기로 했는데, 협력사협의회는 원점에서 재논의하자고 주장하고 나섰다.임금을 동결하고 동일하게 지급하던 상여금도 실적별로 차등 지급하자고 했다. 지회 신청으로 시작된 중앙노동위원회 쟁의조정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아 19일 중지됐다.

갈등이 고조되면서 대체인력 논란도 다시 떠오르고 있다. 티브로드는 지역별 설치·수리서비스를 협력업체에 맡기면서도 별도 외주업체(방문판매·유통점)들을 두고 가입자를 유치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파업 때마다 이들이 대체인력으로 운용돼 왔고, 최근 또 파업에 대비해 인력을 모집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용자 지원한다고 상생 안 돼"

정부는 17일 제1차 노동시장 구조개혁 추진방안을 발표하며 원청이 하청 노동자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상생협력기금에 출연하면 세재혜택을 주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의 추진방안도 티브로드의 협약 이행을 이끌어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노동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정부가 계획하는 것은 SK하이닉스 사례처럼 노사 매칭펀드 방식으로 조성하는 기금에 대한 지원"이라며 "향후 산업통상자원부가 구체적 지원요건을 새로 수립해야 하는 만큼 티브로드의 상생기금이 지원 대상에 포함될지 확실히 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류하경 변호사(민변)는 "원·하청과 노조의 교섭을 보장하고 합의 이행을 강제할 사회적 힘이나 법·제도가 아무 것도 없다보니 노사교섭이 안 되면 협약이 무력해지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류 변호사는 "정부가 지원한다 해도 원청에게 동기를 부여할 수준인지 의심스럽다"며 "기금이 꼼수 없이 제대로 쓰이게 감독 방안을 짜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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