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노사관계컨설턴트

국제노동기구(ILO) 제104차 총회(International Labour Conference)가 2주간의 일정을 마치고 6월13일 막을 내렸다. 169개 회원국에서 노동관계 장관 160명을 포함해 4천여명이 참석했다. 쿡 아일랜드가 186번째 회원국으로 승인됐고, 니제르는 지난해 채택된 강제노동 협약 의정서를 비준한 첫 나라가 됐다. ILO는 또 총회에서 2016~2017년 사업계획과 예산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2년간 예산은 7억9천700만달러다.

ILO는 이번 총회에서 독립기구인 협약 및 권고 적용위원회가 보고한 노동권 실행과 관련해 개별사례 24개를 처리했다. 농업에서 결사의 자유(협약 제11호·1921년)와 농업 노동자 조직(협약 제141호·1975년)에 관련된 일반 보고서를 토론하고 농촌경제에 종사하는 모든 노동자의 결사의 자유에 대한 법과 실천의 적용 보장을 재확인했다.

이스라엘이 점령한 아랍지역인 웨스트 뱅크·동 예루살렘·가자·골란 고원·이스라엘을 방문조사한 보고서도 채택했다. 현재 10만명이 넘는 팔레스타인 노동자들이 이스라엘과 정착촌에서 일하고 있다.

ILO는 이와 함께 비공식 경제와 관련한 새로운 권고(Recommendation)를 채택했다. 새 권고는 비공식경제에서 공식경제로 노동자 이동을 촉진하고 공식경제 일자리의 비공식화를 멈춰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좋은 일자리를 늘리고 노동자 기본권을 보장·증진하는 것이 목표다. 개발도상지역의 경우 45~90%에 달하는 노동자들이 비공식경제에 속해 있다. 종업원 10~250명인 중소기업에 전체 노동력의 90%가 고용돼 있다. 종사자들이 여성·청소년·소수민족·이주민·노인·장애인인 경우가 많다.

전체 고용의 압도적 다수를 떠맡은 중소기업에 대한 토론이 있었고, 중소기업이 생산적이고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데 중요한 수단이라는 것에 폭넓은 합의가 이뤄졌다. 잘 준비된 중소기업 정책은 양과 질에서 좋은 일자리를 확대함으로써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을 이끌 수 있다. 이 문제는 비공식경제 종사 노동자들을 공식경제로 전환하는 과제와 맞물려 있다.

ILO는 총회에서 좋은 일자리의 중심 요소인 사회적 보호, 즉 노동보호와 사회보장 문제를 다뤘다. 임금과 노동시간, 안전보건과 모성보호에 대한 규제가 제대로 된 포괄적 노동보호를 제공하는 데 있어 관건이며, 단체교섭과 사회적 대화의 효과적 체제가 사회보호를 성취하는 과정에서 핵심 요소임을 재확인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동시간단축과 일·가족·삶의 균형, 중소기업에서 노동보호의 확대, 비정규 노동자 보호, 사업장에서 심리-사회적 위험과 폭력 금지, 스트레스와 정신보건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 작업조직 변화와 공공조달 관행의 책임성 강화와 연결된 문제다.

ILO는 특히 2019년 ILO 출범 100주년을 맞이하면서 ILO의 위상과 역할 그리고 과제를 재점검하는 보고서를 준비하기로 결정했다. ILO는 '노동의 미래에 관한 계획(Initiative on the Future of Work)'이라 이름 붙여진 프로젝트를 통해 노동과 사회, 좋은 일자리, 노동의 조직, 생산과 노동의 지배관리(governance) 등 네 가지 영역에 초점을 맞춰 사회정의 실현자로서 미래 과제와 전략을 개발하게 된다.

ILO는 자기 목표로 ‘좋은 일자리(decent work)’ 실현을 내세운다. 여기서 좋은 일자리는 창피하지 않은, 체면을 거슬리지 않는, 누구에게 보여도 ‘쪽팔리지 않는’ 일자리를 말한다. “고용의 양과 질은 결코 나눌 수 없다”는 원칙에 서서 ILO는 좋은 일자리가 추상적인 슬로건이나 이론에 그치는 게 아니라 일터에서 실현가능한 수단이 되도록 양적인 측정과 현실적인 증명을 위한 지표를 개발해 왔다.

ILO는 좋은 일자리를 실현하려면 고용·노동권·사회적 대화·사회보호(사회보장)라는 네 가지 기둥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본다. 고용의 양은 질과 분리될 수 없다.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권·차별 금지(동일노동 동일임금)·강제노동 금지·아동노동 철폐를 기본으로 한다. 사업장·업종·산업·지역·전국 수준에서 다양한 사회적 대화가 활발해야 한다. 나아가 사회보장이 튼튼해야 한다. 일자리와 관련해 고용률 70%만 되뇌는 대한민국의 현실에선 갈 길이 멀고 할 일이 많다.

해마다 유월이 오면 대한민국의 노사정 대표들은 납세자나 회원이 낸 돈으로 ILO 총회에 간다. 이들은 총회에서 무엇을 보고 느꼈을까. 서울로 돌아온 이들은 자기를 제네바 총회장에 보낸 조직에 무엇을 보고할까. 노동의 미래를 고민하기로 결정한 제104차 ILO 총회는 대한민국의 노사정에 어떤 실천적 고민을 던진 것일까. 노동의 미래는 어떻게 펼쳐질 것인가.

아시아노사관계컨설턴트 (webmaste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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