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들이 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저임금 1만원으로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구은회 기자

“아이들한테 용돈 주는 엄마가 되고 싶어요.”<톨게이트 요금소 노동자 김옥주(46)씨>

“대학생 손자 등록금 한번 내어 주는 게 소원입니다.”<대학교 청소용역 노동자 윤명순(67)씨>

“손주들 데리고 해외는 못 가더라도 국내여행이라도 한번 가 보고 싶네요.”<초등학교 당직 노동자 오한성(74)씨>

“액수가 좀 적더라도 적금 하나 부어 봤으면 좋겠습니다.”<요양보호사 오경순(58)씨>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오르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은?"이라는 질문에 대한 노동자들의 답변이다. 법정 최저임금(시급 5천580원, 월급 116만원) 수준의 급여를 받아 생계를 꾸려 가는 가난한 이웃들의 소박한 바람이다.

최저임금 오르는데 월급봉투는 그대로

최저임금위원회가 4일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에 적용될 법정 최저임금에 대한 본격적인 심의에 돌입한 가운데 이날 오전 서울 정동 민주노총 회의실에 최저임금 노동자들이 모였다.

이날 모인 노동자들의 평균 나이는 55.2세, 본인을 제외한 평균 부양가족수는 1.2명이다. 100만원이 겨우 넘는 월급으로 두세 명의 식구가 먹고, 자고, 입는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는 뜻이다. 최저임금 수준 자체가 낮은 것도 문제지만, 매년 최저임금이 오르더라도 노동자들의 생활수준은 도무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이날 모인 노동자들의 공통된 하소연이었다.

“해마다 최저임금이 오르니까 거기에 맞춰 기본급이 인상됐어요. 그런데 제가 받는 실지급액은 맨날 제자리걸음입니다. 이유가 뭔가 살펴봤더니, 회사가 기본급이 오른 만큼 수당을 깎았던 거예요.”

톨게이트 요금소 노동자 김옥주씨의 말처럼 최저임금 노동자들을 괴롭히는 또 하나의 문제가 바로 포괄임금제다. 사용자들이 최저임금법을 지키면서도 임금총액이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각종 수당을 삭감하는 방식으로 포괄임금제를 악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매년 물가인상률을 감안하면 최저임금이 올라도 실질임금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초등학교 당직 노동자 오한성씨는 “사용자가 편법을 동원해 노동자에게 지급할 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있고, 우리 사회에서 가장 가난한 노동자들이 그 피해를 입고 있다”며 “고용노동부가 이런 못된 사용자들을 관리·감독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저임금 산정시 가구생계비 반영해야"

이날 오전 최저임금위 노동자위원 9명도 한자리에 모였다. 양대 노총 소속 노동자위원들은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기존 노사 힘겨루기 식 협상에서 탈피해 최저임금제도가 제대로 기능하고 작동할 수 있도록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미혼 단신근로자 생계비’를 기준으로 한 기존 최저임금 산정기준이 노동자들의 실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올해 협상에서는 ‘가구생계비’ 반영을 강하게 요구할 계획이다.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고민거리인 포괄임금제 문제도 제기한다. 이병균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각종 수당과 상여금을 기본급에 편입시키거나 휴게시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최저임금 인상효과를 무력화하는 사용자들의 편법이 난무하는데도 정작 이런 사업장에 근로감독의 손길이 미치지 않고 있다”며 “이런 현실을 어떻게 타파할지 적극적으로 토론하겠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심의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김종인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최저임금 심의 과정이 비공개로 이뤄짐에 따라 최저임금 당사자와 국민은 최저임금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그 과정을 지켜볼 수 없다”며 “최저임금 협상이 사회적 임금교섭의 성격을 띠는 만큼 심의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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