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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장 구조개혁의 두 가지 효과
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정부와 기업들이 주장하는 노동시장 구조개혁은 두 가지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수출 대기업들의 직접적 이해관계다. 다른 하나는 저성장·고령화 시대를 대비한 새로운 노동표준 확립이다.

두 효과를 설명하기 전에 먼저 확인할 것은 노동시장 구조개혁은 정부가 주장하는 식의 고용정책과는 별로 상관이 없다는 사실이다. 정부가 타깃으로 삼는 정년까지 일하는 연공급 임금체계 노동자는 1천800만 노동자 중 10% 미만이다. 100만명의 공무원, 40만명의 공공기관 정규직, 노조 보호를 받는 20만~30만명 정도의 일부 대기업 정규직 정도가 전부다. 비정규직이나 평균 근속이 5년 미만인 중소기업이야 말할 나위 없고, 대기업이라 해도 노조 보호가 없으면 대부분 성과급 임금체계에 근속도 10년이 되지 않는 게 한국의 일자리 현실이다.

상위 10%의 일자리를 유연화한다고 나머지 90%의 일자리가 좋아지는 것도 아니고, 더군다나 일자리가 늘어나는 건 더더욱 아니다. 정부는 연공급을 없애야 기업 부담 없이 정년을 연장할 수 있고, 기존 노동자들의 해고를 수월하게 만들어야 신규 취업자가 그 일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대책에 불과하다.

노동시장 구조개혁이 분명하게 효과를 보는 건 분명 수출 대기업들의 분배율이다. 2000년대 노동시장 유연화로 전체 경제의 노동소득분배율은 낮아졌지만 산업부문(광업·제조업·전기가스수도업)의 경우 19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50~60%에서 경기변동에 따라 수치가 증감했을 뿐 기준선이 크게 낮아지지 않았다. 98년 이후 신자유주의 개혁이 노동시장을 상당히 유연화하며 저임금 비정규직을 확대했지만, 수출 대기업 정규직의 임금이 그만큼 올랐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

단적으로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기간제 노동자의 연평균 명목임금은 1천400만원에서 1천900만원으로 36% 상승하는 데 그쳤다. 그런데 현대자동차의 연평균 명목임금은 4천900만원에서 9천700만원으로 100% 상승했다. 한국은 노동소득분배율이 크게 하락하지 않은 대신 노동자 간 임금격차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커진 셈이다.

기업별노조 체계로 인한 효과이기도 하다. 수출 대기업 노조들은 지불능력 향상에 따른 분배를 제대로 요구한 것이고, 노조와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다수 노동자들은 그대로 노동시장 유연화의 피해를 봤다. 외국 사례를 보면 아예 노조가 부실하거나, 반대로 초기업적 교섭이 강한 경우 노동시장 유연화 효과는 대체로 하향평준화로 귀결된다.

예를 들면 미국은 80년 이전까지 산업부문 노동소득분배율이 70% 내외에서 변했으나 신자유주의 구조개혁이 완료된 90년대 이후에는 이 기준선이 60% 내외로 주저앉았다. 복지국가로 잘 알려져 있는 스웨덴을 보면 80년대 말까지 산업부문 노동소득분배율이 70~80%에서 움직였으나 신자유주의 구조개혁이 완료된 2000년대 이후는 60% 선으로 변화의 기준선이 바뀌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이란 이름으로 진행되는 노동시장 구조개혁이 목표하는 바가 이런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을 기준으로 하면 한국의 산업부문 노동소득분배율을 40~50%로 10%포인트 정도 낮추는 것이 목표치일 것이다. 87년 노동자대투쟁을 이끌었던 세대가 정년퇴직으로 노동시장에서 나가니까 자본 입장에서 지금이 이런 새로운 기준선을 만들기에 가장 적당한 시기다. 장기적 불황을 앞둔 자본과 자기 임기 중에 대규모 정년퇴직이 시작된 정권의 이해가 정확하게 일치한다.

노동자 입장에서 노동시장 구조개혁의 좀 더 부정적 측면은 장기적 효과다. 지금까지는 노동시장 유연화가 진행되더라도 어쨌거나 노동시장의 정상적 표준은 정규직·호봉제 등 87년 투쟁의 성과물일 수밖에 없었다. 그게 정상이고 나머지는 비정상이었던 상황이었는데, 이제 이 정상성의 기준을 아예 변화시키겠다고 정부와 자본이 나선 것이다. 정권의 의도대로 된다면 앞으로는 비정규직이 정상이고, 한 일이 아니라 자본이 얻은 수익에 따라 임금을 받는 것이 정상이 될 것이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나쁜 일자리로 불리던 일자리를 ‘정상적’인 것으로 만드는 방식으로 해소된다.

이런 노동시장 구조개혁과 관련한 가장 큰 문제는 노동운동이 이것에 반대해 현재 상태를 고수하는 것도 그다지 대안은 못 된다는 점이다. 한국의 임금격차가 너무 심각한 탓이다. 노조 조직률은 낮고 법은 있으나 마나 한 탓에 대기업·공공부문 노동운동이 현 상태를 지키는 것이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결과적으로 격차를 확대한다. 임금격차 확대는 다수 노동자가 노동운동을 기득권 수호자로 인식하게 만들며, 이는 노동운동의 계급적 대표성을 크게 약화시킨다.

노동운동은 노동시장 구조개혁 반대와 현 상태 유지를 넘어 임금체계·연금·일자리 나누기 등에 대한 적극적 대안을 가지고 투쟁을 해야 한다. 민주노총 4·24 총파업이 그 시작이 됐으면 한다.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jwhan77@gmail.com)

한지원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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