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은 노동시장 구조개선 합의를 위한 논의시한을 하루 앞둔 30일에도 비정규직 문제와 통상임금 범위 같은 핵심 쟁점에 대한 합의문 초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의미 있는 합의'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면서 논의시한이 연장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는 이날 오후 4시 정부서울청사 노사정위 회의실에서 전체회의를 재개했다. 특위는 밤늦게까지 논의를 이어 갔지만 합의문을 도출하지 못했다. 지난 26일 전체회의에서 합의문 초안을 마련하지 못한 특위는 27~29일 수시로 8인 연석회의와 실무협상을 진행했다. 이날도 오전부터 연석회의를 열었지만 초안을 마련하지 못한 채 특위 전체회의에 들어갔다. 전체회의에는 노사정 입장을 정리한 보고서만 제출됐다.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은 회의에서 인사말을 통해 “오늘 이 자리에 합의문 초안이 제출되고, 그것을 가지고 논의를 하려고 했으나 노사 이해관계가 상충돼 그 단계까지 오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노사 “이것만은 절대 안 돼”, 노동부는 패키지딜 요구

노사정에 따르면 한국노총과 한국경총이 핵심 쟁점 중 절대 수용할 수 없는 항목을 지목하면서 협상이 평행선을 그었다. 정부측은 노사에 패키지 합의를 위한 양보를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노총은 28일 ‘노동시장 구조개선 한국노총 입장’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협상단에 제출했다. 한국노총은 △기간제 기간연장·파견대상 업무 확대 △주 52시간 이상 근무 단계적 시행 및 특별추가근로 연장 △임금피크제 의무화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 개편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요건 완화를 ‘5대 수용불가 사항’으로 정리했다.

한국노총은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과 관련해서는 10대 필수요구 사항을 내놓았다. 비정규직 감축 및 차별해소를 포함해 △최저임금 인상 △양질의 청년일자리 확대 △원·하청 불공정거래 근절 및 동반성장 △정리해고 요건강화와 고용안정성 제고 △노동기본권 확대 보장 △법인세 인상을 포함한 세제개혁 △실업급여 전면개편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을 통한 노후보장 등이다. 통상임금·노동시간단축·정년연장과 관련해서도 기존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경총도 수용할 수 없는 항목을 열거했다. 경총은 18개 항목을 '수용불가 사안'으로 지목했다. 주요 항목은 △노조에 차별시정 신청대리권 부여 △경영상 해고요건 절차 강화 △3개월 이상 일한 비정규직에게 퇴직금 적용 △탄력적 근로시간 단위기간 확대시 최소연속휴식시간 설정 등이다.

경총은 이와 함께 △고임금 근로자 근로시간 규제 적용제외 △저성과자 해고 법제화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요건 완화 입법화 △당사자가 원할 경우 기간제 사용기간 제한 적용제외 △제조업 직접생산공정 파견 허용 △경영상 해고요건 완화 △파업시 대체근로 등 14개 항목을 요구안으로 정리했다. 노동시간단축과 관련해서도 주 60시간 근로 허용을 요구하는 등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노동부는 노사 양측에 패키지딜을 요구했다. 예컨대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과 차별시정 대리신청권, 일반해고 요건에 대한 가이드라인 마련과 경영상 해고 절차 강화를 동시에 합의해야 한다는 식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노동계 요구대로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을 논의대상에서 뺄 수 있지만 그렇게 된다면 차별시정 대리신청권에 대한 논의도 할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선언적 합의 아니면 논의시한 연장

노동계와 경영계가 노동시장 구조개선 논의의 핵심 쟁점에서 한 발짝도 양보하지 않으면서 논의시한 마지막날인 31일에도 의미 있는 합의가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선언적인 수준의 합의문만 도출되거나, 논의시한을 연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국노총은 31일 오후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논의경과를 보고하고 지역본부·회원조합 대표자들의 의견을 듣는다.

한편 노사정 구조개선 합의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한국노총이 전체 노동자의 권익을 내놓고 그 어떤 거래라도 한다면 우리는 노동자의 이름으로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대 노총 제조부문 공동투쟁본부는 3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노사정 합의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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